2011년 학교체육은 위기다. 대한민국의 학교체육이 직면한 문제는 한마디로 1%의 학생선수는 너무 운동을 많이 하고, 99%의 일반학생은 너무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조선은 청소년들이 스포츠의 즐거움을 느끼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 '학교체육 시리즈' 를 통해 점검한다.

①여학생 체육 활성화, 위생시설 확충부터 시작하자

②자녀를 우등생으로 키우고 싶은 자, 책과 운동복을 함께 준비하라

③학교 운동부, 아직 2% 부족하다

테니스, 골프, 사이클, 마라톤 등을 전문가 수준으로 즐기는 여성과 얘기해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다수가 학창시절에 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우연히 접해서 즐기게 됐고, 다른 일 때문에 못하게 되면 좀이 쑤실 지경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진작에 스포츠를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아쉬워 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스포츠도 처음에는 다소 고통스럽지만 해보면 즐겁다. 스포츠의 매력에 빠지는 단계는 여성과 남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아쉬워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는 고통을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스포츠가 즐겁다는 것을 깨우쳐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체육이 담당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학교로 눈을 돌려보자. 7차 체육교육과정이 시작된 2000년 초반 이후 거의 모든 학교가 남녀공학이고, 남녀합반이다. 물론 체육시간도 남녀 혼성수업으로 운영된다.

여학생의 시각에서 체육시간은 큰 부담이다. 탈의실이 없어 마음 놓고 옷을 갈아입을 수도 없다. 흙먼지 뒤집어 쓰고, 햇볕에 노출되어야 하는 수업 여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남학생들의 시선도 부담스럽고, 교사는 운동을 잘하는 남학생에게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수업을 마친 후 샤워는 언감생심 바랄 수도 없다. 시설이 있다 해도, 쉬는 시간 10분 내에 끝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몇 안되는 수도꼭지에 매달려 씻는 둥 마는 둥이다. 수업이 끝난 후 남학생의 헝클어진 용모는 어느 정도라면 용서되지만 여학생의 경우 손가락질 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학생에게 체육시간은 자신의 여성성이 그대로 노출되는 시험무대다. 그리고 그 여파는 체육시간이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 지속된다. 사실 체육시간에 여학생이 염려하는 것은 당장에 망가질지도 모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시험받고 있는 그들의 '여성성'일지도 모른다. 여학생이 학교에서 스포츠를 배워 향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라는 말은 공염불에 가깝다.

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학교 내에 탈의실과 샤워실만 갖춰도 여학생의 운동참가가 눈에 띠게 늘어난다.

최근 국내 학교 체육시설도 많은 발전을 했다. 정부는 수천억을 투입해 흙바닥을 인조잔디와 우레탄으로 개선하고 있다. 운동장 한 켠에는 번듯한 체육관이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정책은 하드웨어로서의 시설의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그 시설을 활용하고 다시 교실로 가야하는 사용자의 요구에 적합한 체육환경의 구축을 도외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은 마치 잔치를 치르면서 손님상에 수저를 놓아두지 않는 것과 같다. 피해는 고스란히 여학생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사회가 여성의 섬세함을 요구한다면 여성에게 접근할 때는 그들에게 맞는 섬세함 또한 필요하다.

부디 이런 상황이 개선되어 여학생이 스포츠로 당당해질 수 있으며 그렇게 자란 그녀가 앞으로 생활체육의 주역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개그콘서트(KBS2) '두분토론'의 여당당 김영희 대표의 말대로 세상의 절반인 '여자가 당당해야' 학교체육과 생활체육이 살 수 있다.

한태룡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