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이전키로 결정하고, 16일 김황식 총리가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인력과 조직의 24% 분산 이전을 요구해온 전북 전주에는 국민연금공단을 대신 이전시키고 국가 재정에서 세수 보전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전북 지역 정치권과 민주당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고 진주도 연금공단의 전주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신공항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심각한 지역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문제가 꼬인 것은 당초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진주와 전주로 각각 이전키로 했다가, 2008년 5월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두 공사를 LH로 통합하면서부터다. 진주는 일괄이전을 요구했고 전주는 토지공사 이전에 해당하는 만큼의 분산 이전을 요구했다. 이전지 결정시기가 다가오면서 두 지역에서는 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긴장이 높아져 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인 13일 오후 국회 국토해양위 회의 자리에서 민주당 최규성 의원 등 전북지역 출신 의원들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절충을 택했다. 직원 수 1423명에 지방세 262억원(2010년 기준)을 내는 LH를 진주로 일괄 이전시키는 대신, 직원 수 573명에 지방세 6억원인 국민연금공단을 진주에서 떼내 전주로 보낸다는 것이다. 또 전주 지역의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세수 보전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당초 전주로 가기로 했던 토공의 2007~2008년 평균 지방세는 170억원가량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융비용으로 세법상 결손이 발생해, 올해 지방세는 4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북 지역은 결사항전 수준의 반발을 하고 있다. 민주당 전북 지역 의원들은 13일 LH 진주 이전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던 국토해양위에 몰려가 회의 자체를 막았다. 최규성 의원은 "내년에 정권을 잡으면 다시 뺏어오겠다"고까지 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은 보고도 하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했다. 회의는 무산됐다. 전북 지역에서는 범도민 차원으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헌법소원 청구 준비도 시작했다. 전북 지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도내 단체장·지방의원 등 200여명은 16일 이명박 대통령의 귀국 날짜에 맞춰 청와대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기로 했다.

진주 지역에서는 LH의 일괄이전을 환영하면서도 연금공단의 전주 이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지난 정권 때 전북에서 끌어간 국책사업이 얼만데 연금공단 같은 작은 것까지 탐내느냐"고 했고, 진주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LH는 LH고 연금공단은 연금공단"이라면서 "국가 정책을 무슨 거래하듯이 하느냐"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16일 발표 때까지 추가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기관을 둘러싼 두 지역 간 싸움은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