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수백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신라 고도(古都) 경북 경주시의 각종 사적지 안내판 영문표기가 제각각 표기돼 외국 관광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11일 경주시 탑동의 신라 오릉(新羅 五陵·사적 제172호).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왕과 남해왕(2대) 등 신라초기 박씨 왕(王) 4명과 박혁거세의 왕후 알영부인 등의 무덤 5기가 있다. 왕릉 안팎에 세워진 영문 안내판들에는 왕들을 지칭하는 표기가 제각각이다.
왕릉 입구 매표소 옆에 세워진 '오릉' 안내판에는 박혁거세왕이 'Bakhyeok geosewang'과 'Pakhyeokgeose wang'으로 박이 'Bak''Pak'으로 혼용돼 있다. 오릉 안의 왕릉 앞에 있는 작은 안내판엔 '박혁거세왕'이란 표현 대신 'King Pak Hyokkose'(왕 박 혁거세)라고 쓰여 있다. 또 알영부인의 경우, 입구 안내판엔 'queen Aryeong', 내부의 안내판엔 'Queen Allyong'이라 표기돼 있다.
오릉에 대한 영문표기도 주차장 입구 표지판에는 'Oreung'으로 되어 있지만 내부 안내판엔 대문자로 'ORUNG'으로 돼 있다.
천마총(天馬塚)과 미추왕릉(味鄒王陵) 등이 있는 경주 황남동 대릉원(大陵苑)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릉원 입구의 영문 안내판엔 천마총이 우리 말 발음대로 'Cheonmachong'으로 된 반면, 내부 안내판엔 'Cheonma Tomb(무덤)'으로 표시돼 있다. 미추왕릉의 영문 표기도 'Michuwangneung(미추왕릉)''TOMB OF KING―MICHU''Royal Tomb of King Michu of Silla' 등으로 되어 있다.
무열왕릉(사적 제20호)과 탈해왕릉(사적 제174호), 진지왕릉(사적 제178호) 등에서도 'neung(능)' 'Tomb(무덤)'을 이처럼 뒤섞어 사용하고 있다.
계명대 한국문화정보학과 김선종 교수는 "한글 고유명사는 발음 그대로 영어로 적는 게 일반적이지만, 영문 안내판은 외국인들의 이해가 쉽도록 뜻을 표시하는 단어를 함께 적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오·탈자도 많다. 망덕사지 안내판에 'According to Sanguk sagi(삼국사기에 따르면)'로 되어 있다. 'Sam'을 'San'으로 표기해 '산국사기'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사천왕사지 안내판에는 'Sacheongwang temple'로 'g'가 잘못 들어가 '사청왕사'로 되어 있다.
경주시내 사적지 등에 300여개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안내판 대부분이 수십년 전에 설치된 것들이다. 경주시 측은 "매년 국비 등의 예산을 들여 오·탈자들을 고치고 있다"며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아 한꺼번에 모두 고치긴 힘들다"고 말했다.
경주경찰서 외사계장으로 근무했다는 진국록(72·대구 산격동)씨는 "2004년부터 4년간 경주를 돌며 이처럼 제각기 다른 영어표기로 된 사적지가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며 "역사학자와 영문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영어표기를 통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오후 경북 경주 황남동 대릉원 안밖에 세워진 안내판에 천마총과 미추왕릉에 대한 영문표기가 제각각으로 표기 되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남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