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11시 30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행복한우리동네의원' 안. 병원 안내 데스크에서는 남자 직원 2명과 여자직원 1명이 정신질환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그 부모들과 상담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의 원장인 안병은(40·정신과전문의)씨는 아침부터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 안씨는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진료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할수 있었다.

대전 토박이인 그는 2006년 아주대학교 임상강사로 처음 수원에 온 뒤 지금까지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일자리 만드기에 헌신하고 있다. 현재 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5년간 정신질환자들이 일할 수 있는 편의점과 빨래방, 커피전문점 등을 차례로 열며 사회적기업인 '㈜우리동네'를 이끌고 있다.

지난 9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행복한우리동네의원’에서 정신과전문의인 안병은씨가 정신질환자들이 그린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의 자립에 필요한 일자리 만들기

5년 전 안병은씨는 수원지역 정신보건센터장을 맡으면서 중증정신질환자들의 자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씨는 정신질환자들이 병원이나 요양원이 아닌 지역에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길 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돈을 벌수 있는 일자리가 그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을 보건센터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취직시키기도 하고 아예 센터 직원으로 채용도 해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수 없었다"며 "고민 끝에 정신과 전문의로서 직접 업체를 운영해 그들을 채용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2006년 그는 수원 권선구 곡반정동에 개인명의로 정신질환자들이 일할 수 있는 편의점을 열었다. 사회복지사 2명도 직접 월급을 주고 고용했다. 5~6명의 정신질환자들이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이 편의점에서 일했다. 큰 손해 없이 2년 정도 운영하던 편의점은 건물주가 직접 가게를 인수하고 싶어해 영업을 중단했지만, 정신질환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9월쯤 그는 '㈜우리동네'를 설립했고, 2008년 초부터 운동화 빨래방과 커피전문점, 세탁공장 등을 차례로 열었다. 그러나 운동화 빨래방과 세탁공장은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이 빨래나 세탁 같은 노동집약적인 일을 해서는 일반 자영업자들을 도저히 당할 수가 없었다"며 "빨래방과 세탁공장의 실패가 오히려 커피전문점처럼 기술을 활용한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말했다.

현재는 그는 '㈜우리동네' 등을 통해 수원지역에 10여곳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해 정신질환자들을 점주와 직원 등으로 고용하고 있다.

단순 노동이 아닌 예술분야에서 꿈을 펼 수 있기를…

안씨가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일자리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미술과 음악 등 예술분야다. 그는 정신질환자들의 창조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신질환이 예술의 관점에서는 창조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이 부분을 집중 부각시킬 수 있는 사업을 연구 중이다. 이미 '㈜우리동네'에서는 '에이블(Able)아트센터'를 운영해 정신질환자들이 그린 그림을 갤러리카페 등에 선보이고 있다. 그의 병원에도 정신질환자들이 그린 작품이 여러 점 전시돼 있다.

그는 "최근 방송된 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가수 임재범씨가 6~7년간 우울증과 조울증에 시달렸다는 내용을 보았다"며 "이처럼 예술적인 재능은 오랜시간을 쉬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성이 부족한 정신질환자이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