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어 인증시험은 물론, 교내외 영어 관련 대회, 시험, 면접 등에서 영어 스피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스피치의 달인이 될 수 있을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초·중·고 스피치 왕 3인방에게 생활 속 핵심 스피치 노하우를 물었다.

◆초등부문 '녹음해서 들어보기·문법 기초 확실히 다지기'

"문법공부로 기초 다졌죠", 영일초 4학년 김지현양.

"원어민 선생님을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해 드려요. 억양이나 발음, 문법을 그때그때 고칠 수 있고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수원 영일초 4학년 김지현양은 상명대학교에서 열린 대한민국 학생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스피치 부문 대상을 탔다. 김양은 스피치 노하우에 대해 "원어민 선생님 따라다니기, 억양 녹음해서 들어보기, 단어 하나하나 발음해보기, 관련 책 많이 읽기가 좋은 스피치를 위한 방법인 것 같다.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속도나 리듬감도 중요하다. 그런 부분들은 원어민 선생님을 통해 교정하면 된다"고 했다. 특히 단어로 하는 발음 연습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은 김양에게 큰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surprise'를 발음한다면 알파벳 하나하나 따로 소리를 내어 읽는다. 처음에는 한 글자씩 천천히 읽다가 점점 빠르게 읽는 방식으로 연습하면 명확한 발음을 전달할 수 있다. 김양은 "종종 회화는 좋은데 문법은 싫다는 친구들이 있다. 하지만 스피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법이 가장 중요하다. 어법에 맞지 않는 대화는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문법을 탄탄하게 공부해야 좋은 스피치가 된다"고 조언했다.

◆중등부문 '진로 관련 미드 보기·친구들과 영어 대화·발음 강박 버리기'

"틈만 나면 영어 대화했어요", 청심국제중 3학년 이성환군.

"생각부터 영어로 하는 훈련을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를 말하기 위해 그때부터 생각하다 보면 말이 끊기거나 꼬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생각부터 영어로 하려고 노력해요."

청심국제중 3학년 이성환군은 2010 스크립트 내셔널 스펠링비(SNSB) 한국대표 선발전 금상, 2010년 G20 청소년 모의 정상회의 은상 등 영어 스피치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군은 "많은 단어 사전 찾기, 원서 읽기처럼 고전적인 공부법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특히 단어를 외울 때는 여러 어원을 갖는 단어들을 따로 정리하면서 외우면 대화의 질이 높아진다"고 했다. 이군은 평소 아빠와 함께 미국 드라마를 즐겨본다. 이군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닥터하우스와 빅뱅이론이다. 이군은 "꿈이 의사이기 때문에 진로와 관련된 미드를 즐겨본다. 특히 발음이 좋은 연기자의 멘트는 따라해보려고 노력하고 친구들과 여러 캐릭터를 나눠 역할 놀이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군은 "외국인 앞에서 발음, 문법, 단어가 모두 수준급인 완벽한 영어를 하려고 하니 말하기도 전에 자신감이 결여되는 것 같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도 완벽한 버터 발음은 아니다. 발음은 상대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했다.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이군은 평소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선입견 없이 해볼 것을 권했다. 이군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서로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피치 자체가 편안하고 재밌어졌다. 스피치는 대화다. 누군가 영어로 대화할 상대만 있다면 이야기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스피치의 시작이자 노하우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고등부문 '캐릭터 성대모사·다양한 독서·스피치 부담감 버리기'

"발음보다 자신감 중요해", 용인외고 3학년 정지윤양.

"중학교 때부터 글을 소리 내 읽는 습관이 있었어요. 또 독서를 하거나 경제잡지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런 배경지식 역시 스피치의 내용을 살찌우는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용인외고 3학년 정지윤양은 각종 스피치 대회나 모의유엔 대회 등에서 사무총장 등 주요 역할을 맡았다. 정양은 "외고생이니 당연히 스피치를 잘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초등·중학교 시절부터 늘 해온 습관대로 지내다 보니 영어가 자연스러워졌다. 요즘도 자투리 시간에는 소리 내 독서를 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소리 내 책을 읽고 배경지식을 쌓으며 스피치 실력을 쌓다 보니 발음이나 다른 사람들의 스피치를 살펴볼 기회가 적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디베이트나 모의유엔 같은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정양은 "스피치하면 발음 걱정을 많이 한다. 물론 발음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훌륭한 스피치에서 부각되는 것은 내용이나 말하는 이의 태도다. 때문에 완벽한 발음을 추구하기에 앞서 자신감과 자신이 말하려는 내용에 대해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하는 것이 확실한 스피치 비법이다"고 했다. 정양은 "스피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평상시 즐겨 하던 소리 내 읽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도움이 된 것이다. 그다음으로 큰 효과를 본 방법은 영화를 보고 캐릭터의 성대모사를 한 것이다. 스피치만큼은 공부해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말고 재미있는 '말하기'로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도 늘고 발음도 나아져 스피치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