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전 11시 40분쯤 장안대 생활체육과 이창근 교수가 학교 체육관 옥상 철제 계단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 교수는 피를 흘린 채 목에는 밧줄이 감겨져 있었다. 경찰은 이 교수가 7.3m 높이의 철제 계단에서 스스로 목을 맸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자살한 이창근 교수는 이틀 전인 8일 밤 10시쯤 같은 과 동료인 김모 교수와 학교 운동장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김 교수에게 화상을 입힌 후 잠적했었다.

당시 이들을 처음 발견한 것은 김백수씨. 장안대 생활체육과 겸임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 김씨는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이창근, 김모 교수 두 사람과 모두와 오랜 기간 알아온 사이다.

사건이 일어난 당일에도 고인이 된 이창근 교수의 연락을 받고 학교를 찾았던 것. 이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8일 밤 현장에 있었던 김백수씨를 태권도조선이 단독으로 만났다. 김백수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 당일을 재구성한다.

[유일한 목격자 김백수씨가 지켜 본 4월 8일 밤 장안대 사건]

-8일 낮 12시 경, 나(김백수)는 이창근 교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후 4시쯤 학교로 올 수 있느냐는 것. 용인대로 출강을 하고 있던 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강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교수는 “그러면 10시 쯤에는 만날 수 있겠네. 학교에 있을테니 연구실로 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믿을 사람 없다. 가슴이 터져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침 다음날인 9일 용인대에서 총장기태권도대회가 있었다. 학생들이 대회 준비로 결강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락을 받았고 결국 강의는 휴강됐다. 다른 일을 마친 후 내가 장안대에 도착한 것은 밤 9시 20분쯤이었다. 이창근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갔더니 이창근 교수와 함께 김모 교수가 있었다. 김 교수는 컴퓨터로 문서 작업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이창근 교수가 학교 안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트레이닝장에서 이창근 교수는 자료를 가져와 보여주었다. 그것은 김 교수가 전날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쓴 것이었다. A4 3장 정도 분량의 문서였다.  문서 마지막에는 ‘이창근 교수는 아무 것도 몰랐고 책임은 나한테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창근 교수는 여기서 잠깐 운동을 하고 기다리라면서 음료수와 물을 가져다 주고 연구실로 돌아갔다. 약간 의아하기도 했지만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터라 별 생각없이 운동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2~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바깥에서 술 먹은 사람의 술주정 같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밤 늦은 시간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창문을 열고 바깥을 보았다. 그러자 잠시 후 “살려줘”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때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 교수인 것을 몰랐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연구실 문은 잠겨있었고 두드려도 기척이 없었다. “살려줘”라는 소리가 들렸던 운동장쪽으로 나갔더니 운동장 가운데에 이 교수와 김 교수가 엉켜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갔다.

김 교수가 이 교수의 목을 한 팔로 조이며 “살려줘, 이창근이 나를 죽이려고 해”라고 소리쳤다. 이 교수는 김 교수에게 목이 졸려 몸이 쳐져있었다. 순간적으로 이 교수가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교수의 팔을 잡고 풀으려 했으나 워낙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쉽게 풀어지지가 않을 정도였다.

119로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119가 오는 와중에 이 교수의 숨소리가 들렸고 다행히 죽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린 이 교수는 비틀거리며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김 교수가 화상을 입은 것을 알지 못했다. 냄새도 느끼지 못했다. 119 대원이 온 후 김 교수를 자세히 보니 얼굴 피부가 너덜너덜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간 이 교수를 찾으러 학교 안을 뒤졌다. 샤워실에서 이 교수를 발견했고 목을 메고 있었다. 달려들어 말리면서 "밤새 이야기 하자고 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 교수가 나를 배신해...”라고 말했다.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 교수는 건물 안의 창문을 넘어 바깥으로 나갔다. 이 교수의 오른쪽 다리를 잡았으나 이 교수의 몸은 창문 밖으로 넘어갔다. 바깥으로 나가 이 교수를 찾았으나 없어졌다. 여기까지가 8일 밤 사건 당일 마지막으로 본 이 교수의 모습이다.

이틀 후 이 교수가 자살한 학교 옥상에서 “백수, 진실”이라고 피로 새긴 글귀가 발견됐다. 사람들은 정확하게 읽을 수 없을 지 모르지만 나는 “백수, 진실”이라는 이 교수의 글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8일 밤 이 교수와 김 교수가 몸싸움을 벌이던 학교 운동장 한 켠에서 불이 태워지고 있었고 태워지는 것은 장학금 관련 서류였다.

나는 이 교수가 이번 장학금 비리의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확신한다. 내가 알고 있는 이 교수는 훌륭한 분이다. 이 교수에 대한 평판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김 교수 역시 비리를 저지를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리의 주인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자료(장학금 비리 관련)가 다 타버린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교수가 남긴 “백수, 진실”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


태권도조선 박성진 기자 kaku6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