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미루 씨의 '돼지우리 나체 퍼포먼스'를 신문 기사에서 보았다. 돼지들 사이에 웅크린 모습을 보니 허리선에서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돼지와 사람이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 그렇다. 몸만 놓고 보면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 존재에 관하여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는 고전적인 명제가 있다. 인간의 본질은 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에 있다는 것이다. 몸이 신진대사 하듯이 언어도 신진대사를 한다. 그러므로 웰빙(well being)의 기초는 먹는 음식만큼이나, 아니 훨씬 더 언어를 새롭게 하는 데 있다.
현대의 코칭은 새로운 언어 소통을 통한 존재론적인 혁신을 도모한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하여 요직에 기용되었으나 얼마못가 몸과 마음이 완전히 피폐해진 사람들이 있다. 그중 어떤 사람은 경영자 코칭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 중심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환율 전쟁'이나 '정보 전쟁' 등 세상은 온통 전쟁 통과 같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코칭 과정을 통해 '전쟁'을 '도전'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품으니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바뀐 것은 마음에 품고 있는 단어 하나 뿐 이였지만 그의 태도는 전쟁터의 군인에서 경기장의 선수로 전환되듯이 총체적으로 변화되었다. 당연히 그의 쟁투적인 감정도 미래 지향적인 것으로 바뀌고 몸의 상태도 나아졌을 뿐 아니라, 대인관계와 퍼포먼스도 괄목할 만큼 향상되었다. 이는 '존재 코칭'의 교과서적인 사례이다.
'입시 전쟁'이라는 말을 한다. 혹시 당신의 자녀는 전쟁터의 병사처럼 살아가지는 않는가? 오늘도 완전군장을 하고 적군의 위협에 잔뜩 긴장하며 집을 나서지는 않았는가? 이제 '전쟁' 대신 '도전'의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직면한 과제가 버겁기는 여전하지만 누군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전쟁'과 최고 기록을 넘어서려는 '도전'은 전혀 다른 관점과 태도, 그리고 감정을 내포한다.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어휘를 품고 살면 스스로 소진될 수 있다. 나아가 정작 전쟁이 필요할 땐 맥없이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학부모는 자녀들에게서 새로운 언어를 이끌어내는 촉진 파트너로서의 코치가 될 필요가 있다. 서로가 바쁘지만 10분만 시간을 내어 자녀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이야기를 정성스레 들어보자. 잘 들은 후 "네 이야기가 이런 거지?" 하며 핵심 요약을 해 보자.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나니 혹시 새롭게 드는 생각이 있니?"라고 물어보자. 그 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그 이야기를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코치가 된 것이다.
나른한 봄이다. 때로 우리에 갇힌 돼지처럼 무기력하고 기분도 꿀꿀할 때가 있다. 잠시 당신이 당면한 가장 큰 사안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 사안과 관련하여 마음에 품고 있는 언어는 무엇인가? 낱말이건 문장이건 지금 기록해보라. 그리고 이것을 최선의 언어로 바꾸고 첫 걸음을 디뎌 보라.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이 봄의 꽃망울처럼 터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