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에서 유명 스타들의 시구가 필수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개막전과 한국시리즈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벌어지던 단발성 이벤트가 이제는 시즌 중 수시로 행해지고 있다. 특히 여자 스타들의 시구는 경기 못지 않게 네티즌의 관심을 끌며 핫클릭 수위에 오르기도 한다. 지난 1989년 광주에서 열린 해태와 빙그레의 개막전에서 당시 '월드스타'로 불리던 영화배우 강수연이 여자 연예인으로선 첫 시구자로 나선 이래 미녀들의 시구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개념 시구
지난 2005년 여자 시구계에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 바로 배우 홍수아다. 그해 7월 잠실에서 열린 두산의 홈경기에 시구자로 나선 홍수아는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였던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야구팬들은 홍수아를 '홍드로'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무한 애정을 보냈다.
그 다음해에는 걸출한 좌완 신인이 등장했다. 배우 박신혜다. 2006년 광주에서 열린 기아와 한화의 준플레이오프 시구자로 나선 박신혜는 정확한 동작과 위력적인 볼끝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여자 시구자로서는 드물게 왼손으로 던지는 것을 본 네티즌들이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 '랜디 존슨'의 이름을 따 '랜디 신혜'란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미녀 시구의 역사는 '홍드로-랜디 신혜' 전과 후로 나뉜다. 그 전까지는 시구자들이 '꽃단장 패션'에 별 연습 없이 그라운드에 섰다면, 이들 이후의 시구자들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시구에 나서게 됐다.
★하이킥 시구
현재 여자 연예인 시구의 주류는 '하이킥 시구'다. 하이킥 시구는 지난 2007년 걸그룹 천상지희의 멤버 스테파니가 시초다. 탁월한 유연성을 바탕으로 킥 하는 다리를 위로 쭉 뻗는 모습은 당시 현장에 있던 선수들도 놀랄 만큼 인상적이었다. 이후 하이킥 시구는 수많은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며 지금까지 유행하고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 서현, f(x)빅토리아, 시크릿 전효성, 리듬체조 스타 손연재까지 하이킥 시구에 동참했다. 하이킥의 각도는 점점 180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조만간 다리가 머리 뒤로 넘어가는 '하이킥 불가사의'가 나올 지도 모르겠다.
★위험한 시구
지난 2002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가수 겸 배우 장나라의 공을 타석에 있던 이종범이 친 것. 타구는 공교롭게도 장나라의 옆을 스치고 지나가며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종범은 "올스타전이라 팬서비스 차원에서 시구를 쳤다"고 해명했다.
★지양해야할 시구
지금은 대부분의 시구자들이 홈팀 유니폼과 운동화를 신고 그라운드에 선다. 하지만 불과 5~6년 전만 해도 여자 연예인들이 하이힐을 신고 그라운드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시구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던 탓에 옷차림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이힐을 신고 한쪽 발을 들어 킥을 한 미녀 스타들의 놀라운 '평형 감각'에 경외감 마저 느껴진다. 지난 2007년 4월 일본 공연 중 요미우리-라쿠텐의 시구자로 초청받은 미국의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는 핫팬츠에 하이힐을 신고 나와 자신의 2m 앞에 공을 '패대기 쳐'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리운 시구
지난 1992년 잠실에서 열린 빙그레와 롯데의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드라마 '질투'를 통해 최고의 배우로 활약하던 고 최진실이 그라운드에 섰다. 당시 연예인들의 시구 행사는 흔치 않았다. 더구나 한국시리즈에서 시구를 한 첫 연예인이 최진실이었다. 그녀는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3만여 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사랑스러운 시구를 했다. 그녀의 '톡톡 튀었던' 시구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 그 밝았던 미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