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세계 최고 자동차경주대회인 F1(포뮬러 원)의 2011시즌 두번째 경기인 말레이시아 그랑프리가 8일부터 10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 위치한 세팡 서킷에서 열린다.
지난달 27일 열린 시즌 개막전인 호주 그랑프리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세바스티안 베텔(레드불)이 예선과 결선 모두 1위를 달성하며 시즌 2연패 가능성을 활짝 열어제친 가운데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루이스 해밀턴(맥라렌) 등 우승 후보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호주 그랑프리의 경우 기존 도로를 활용한 스트리트 서킷이었지만, 말레이시아의 경우 레이싱 전용 서킷에서 열리기 때문에 머신(경주차)의 성능을 본격적으로 겨룰 수 있는 시즌 첫 무대라 할 수 있다. 또 F1 기간 중 말레이시아는 축제의 장으로 변신하며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과 관광수입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승자 시계 제로
올 시즌 머신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의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직선 구간서 순간 추진력을 발휘하는 에너지 재생 장치(KERS)가 부활했고, 뒷날개의 각도를 변형해 다운포스를 줄여 특히 직선구간서 추월을 용이하게 하는 DRS 장치가 도입됐으며 타이어가 기존 것보다 부드러운 피렐리로 바뀐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세팡서킷의 경우 2개의 긴 직선구간이 있고, 이 가운데 피트로드의 경우 무려 960m나 되기 때문에 KERS와 DR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추월 시도가 다수 일어나면서 레이스가 더욱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또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이어 마모가 더 심할 것으로 보여, 피트스톱(타이어 교체 등 차량 정비를 위해 피트로 들어오는 것)의 속도와 횟수, 팀워크 등이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마지막 그랑프리에서 극적으로 역전 우승을 달성한 베텔은 탁월한 레이싱 능력에다 우승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하고 있다. 아쉽게 베텔에 우승을 내줬던 알론소는 호주 그랑프리에서 경쟁자보다 한번 더 많은 피트스톱을 했음에도 4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으며, 해밀턴도 보다 안정된 레이스 실력을 선보이며 호시탐탐 우승을 노리고 있는 등 우승자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축제중
1999년 이래 13년째 F1 그랑프리를 개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매년 4월 자동차 레이싱 축제의 장이 된다.
당시 마하티르 모하메드 수상이 말레이시아를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비전 2020 플랜'의 일환으로 F1을 선정, 정부와 기업이 함께 유치에 성공한 이후 10년 넘게 대회를 치르면서 전형적인 여행 비수기인 4월이 어느새 성수기로 바뀌었다. 세팡서킷은 '말레이시아의 꽃'이라 불리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정부와 기업 컨소시엄 자본이 투입돼 말레이시아 국적의 로터스팀을 F1에 출전시키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F1을 맞이해 15일까지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세일 2011' 쇼핑 축제를 열고 있으며, 한류스타 비의 공연도 이 기간 중 개최될 예정이다. 대회 한달전부터 이미 도심에서 음악과 패션, 자동차와 관련된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열려 F1 열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고용 인원이 3000여명에 이르고, 국내외 방문객들이 대회 관전과 숙박, 식음료 등에 지출하는 규모는 1999년 5억달러에서 2009년에는 10억달러(약 1조882억원)로 2배 늘었다.
이런 경제유발효과 때문에 말레이시아 정부는 서킷 건설비를 전액 지원했으며, 2004년부터는 재무부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국영회사인 페트로나스가 그랑프리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전세계 187개국에 중계되는 F1을 통해 국가와 기업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고 있다.
오는 10월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열리는 코리아 그랑프리의 성공을 위해선 지방 자치단체 차원이 아닌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고, 국내의 유수 기업이 적극적으로 스폰서로 참여하며, 모터스포트 클러스터 조성과 인근 관광명소와의 연계 등을 통한 레이싱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