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초등학교, 법원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에 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 도박장'(마권장외발매소) 건설사업이 추진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한국마사회와 서초구 등에 따르면 마사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교대역 사거리(서초동 1672-6번지) 모퉁이에 자리 잡은 부지(1232㎡·약 373평)를 매입해 '마권장외발매소' 빌딩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건물은 지하 6층, 지상 11층 규모다.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서초구청은 지난해 초 "교육·주거밀집 지역에 경마 도박장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6개월 만에 번복해 갑자기 건축허가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부지의 원래 소유주인 A건설사는 1년 6개월 만에 9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마권장외발매소는 마사회가 운영하는 시설로 대형 모니터를 통해 과천경마장 등지에서 진행되는 경마 중계화면을 보면서 마권(馬券)을 매매할 수 있는 경마도박장이다. 마권장외발매소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가 사행사업을 벌인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마사회는 서울에 11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32곳에서 운영 중이다.
마사회는 2006년 사행성 오락게임인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비난여론이 일자 마권장외발매소 신설계획을 전면 중단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장외발매소 건설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마사회가 건설하려는 서초 마권장외발매소 부지 주변은 초등학교와 입시학원, 아파트, 법원 등이 둘러싸고 있다.
해당 부지에서 21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서울교대부설초등학교, 60m가량 떨어진 곳에는 D입시학원이 있다. 부지 반경 600m 내에는 서울교육대학과 삼풍아파트·서초 삼성래미안·롯데캐슬아파트 등 주택가가 밀집해 있고,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중앙지검 등 법조타운도 자리 잡고 있다.
서초구가 무리하게 장외마권발매소 건물 허가를 내준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초구는 2010년 1월 원래 이 땅을 소유하고 있던 A건설사가 건축허가 심의를 신청하자 "마권장외발매소 용도의 건축물 계획은 도시경제활동 및 교통난과 주변 교육 등 사회환경 여건에 적합하지 않은 용도이므로 마권장외발매소가 아닌 다른 용도로 계획하라"고 의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구청장이 바뀌고 취임(2010년 7월 1일)한 지 불과 13일 만인 2010년 7월 14일 건축허가를 내줬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처음 건축 심의 때는 A건설사가 건물의 용도로 '마권장외발매소'라고 적어 놓아 반대했지만, 7월에 다시 심의할 때는 '문화집회시설'이라고 해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집회시설로 허가받은 건물에는 마권장외발매소가 들어서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도 발생했다. A건설은 이 부지를 2009년 7월 609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그러나 서초구로부터 '문화집회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10년 12월 마사회에 되팔 때는 696억원에 팔았다. 건축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불과 1년 6개월 만에 90억원가량의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긴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초구에서 건축허가 한 장 받은 대가로 땅값이 90억원이나 뛰었다"며 "서초구가 갑자기 허가를 내준 과정이 석연찮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전남 순천에서 마사회가 마권장외발매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마사회 직원과 사업 위탁업체 간에 뇌물이 오간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마사회 간부가 구속되기도 했다.
▲본지는 한국마사회가 추진하였던 서울 서초구 교대역 사거리의 마권 장외 발매소와 관련하여 고승덕 전 국회의원과 진익철 현 서초구청장의 의혹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으나 확인된 바 없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