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에 '나믿가믿' 패러디 열풍이 거세다.

사진캡처=SBS ESPN

언뜻 들어서는 낯설고 불가해한 이 '4자성어'의 시작은 지난 2월 일본 전지훈련 당시 한 방송에서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임용수 캐스터와 양준혁 해설위원에게 건넨 말로부터다. 클리블랜드 출신의 신입 용병 라이언 가코에 대한 무한신뢰를 표현한 '나는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라는 긍정의 한마디가 야구 게시판에서 '나믿가믿'이라는 기상천외한 줄임말로 둔갑했다. 당시 양 해설위원은 "나도 믿어주는 감독님 밑에서 야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농담으로 답했었다. 지난 3월 야구 게시판을 통해 재조명된 이 말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믿음의 야구'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이후 류 감독 귀에까지 소문이 들어갔고, 류 감독은 "'나믿가믿'인가 '가믿나믿'인가 그거 재밌더라"며 직접 언급하기까지 이르렀다. 3일 삼성의 프로야구 개막전과 함께 가코의 활약에 대한 기대가 컸다.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는 등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네티즌들은 기사 아래 '나믿가믿'이라는 댓글 릴레이를 펼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 출처=SBS캡처

야구에서 비롯된 '나믿가믿'은 눈깜짝할새 배구판으로도 건너갔다. 매 경기 가공할 화력을 자랑하는 특급용병 가빈을 향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을 의미하는 말로 '나믿가믿'이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가코' 대신 '가빈'이다. '나는 믿을 거야, 가빈 믿을 거야'의 줄임말이다. 인터넷 인기 웹툰 속 대사로도 패러디됐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도 회자됐다. 가빈은 팬들의 '나믿가믿'에 보답하듯 3일 대한항공과의 프로배구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도 46득점을 꽂아넣으며 팀의 3대 1 역전승을 이끌었다.

최신 트렌드를 귀신같이 잡아내는 방송 프로그램도 '나믿가믿'을 놓치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 '영웅호걸'(SBS)의 한류음식 개발을 위한 미션게임에서 '나는 믿을 거야, 가희 믿을 거야'라는 자막을 발견한 네티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류 감독의 '나믿가믿'이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리더 가희를 응원하는 '믿음의 자막'으로 쓰인 것이다.

이 밖에도 '나는 믿을 거야, 카라 믿을 거야' 라는 뜻의 '나믿카믿'을 비롯 '나믿장믿(나는 믿을 거야, 장성호 믿을 거야)' '나믿알믿(나는 믿을 거야, 알드리지 믿을 거야)' 식의 코믹한 패러디 버전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스포츠 못잖게 짜릿한 언어 유희를 즐기는 누리꾼들은 '2011년 최고의 인터넷 유행어가 탄생했다'며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