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외교 스캔들의 덩신밍(鄧新明·33·사진)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덩씨의 남편은 덩씨가 법무부를 그만두고 중국으로 다시 건너간 H 전 영사와 함께 어디선가 숨어 지낸다고 했다.
◆어린 시절
덩씨는 산둥(山東)성 출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시절에 부모가 모두 돌아가셔서, 이모가 키워주셨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모부와 이모는 홍콩에서 사업을 했고, 덩씨는 홍콩에서 초·중·고를 마쳤고, 대학을 다녔는지는 분명치 않다. 덩씨는 이화여대에 1년 유학해 한국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지가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이대의 학적부를 확인한 결과 덩씨가 이 학교를 다닌 기록은 없었다.
◆베일에 싸인 사생활
남편 진씨(37)는 "덩씨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고 했다. 덩씨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직원인 진씨와 만나 "홍콩의 몰락한 사업가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2001년 결혼했다. 수원시에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결혼식을 두번 올렸다. 덩씨는 여전히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 덩씨는 2004년 출산한 딸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최근에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애를 바꿔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진씨는 "행복했던 가정생활이 아내가 2007년부터 밖으로 나돌기 시작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남자들과 자주 1대1로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그와 술자리를 같이 한 몇몇 인사는 "첫 만남부터 기(氣)를 느꼈다"고 했다. 술이 거나해진 상태에서 구베이 지역 빌라로 남자와 함께 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남편 진씨는 이 빌라가 아니라 현재 다니는 회사가 마련해준 별도의 집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씨는 "10년 동안 살면서 나도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떻게 부를 쌓았을까
덩씨를 이권브로커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기업은 물론 일본·프랑스·싱가포르에서 온 기업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고 지분이나 고문료 등을 받았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커피전문점 '커피빈'의 상하이 시내 점포 개설을 도와준 뒤, 점포를 돌며 돈을 받아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국업체인 스킨푸드의 상하이 법인은 덩씨를 고문으로 영입해 2009년에 85만위안(1억4000만원), 작년에 90만 위안(1억5000만원)을 줬다. 2009년 매출 27억원의 5%에 해당하는 액수다. L건설과 W건설도 덩씨에게 거액의 고문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는 한국어도 잘 하지만 일본어와 영어도 할 줄 안다. 기업인들은 덩씨를 '코코' 또는 '신디'라고 불렀다.
덩씨 소유인 것으로 알려진 상하이 구베이 지역의 밍두청(名都城) 별장은 5000만 위안(약 85억원)쯤 된다. 푸둥지역 황푸강 변의 고급 아파트인 스마오빈장화위엔(世貿濱江花園)의 로열층(53층 중 48층·30억원)과, 상하이 시내에 부동산을 추가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들은 "덩씨가 아파트를 싸게 사게 해줄테니 투자하라고 한 곳은 나중에 다 몇배씩 값이 올랐다"고 했다.
◆중국 권력내 인맥의 힘
덩씨가 상하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향력의 기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말이 엇갈린다. 덩씨는 2007년 남편 진씨에게 "외삼촌이 당서기로 새로 부임했다. 상하이 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시 태자당(太子黨)의 위정성(兪正聲)이 새 상하이 당서기로 선출됐다. 이후 덩씨가 위정성이나 상하이 시장과 행사장에서 얘기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덩씨는 자신이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라고 말하기도 했다. 술이 거나해지면 "나라와 인민을 위해 큰 일을 한 분이 우리 할아버지"라고 했다. 친한 한국 인사들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펑리위안이 상하이에 왔다. 만나게 해줄테니 오라"고 전화를 걸었다. 펑리위안은 중국 차기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부인이다. 2008년 상하이총영사관에서 근무했던 한 영사에 따르면 펑리위안의 고향과 가까운 산둥성 자오좡(棗莊)시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했을 때 현지 경찰이 덩씨를 깍듯하게 예우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덩씨는 자신의 직업을 '상하이 푸단(復旦)대 부총장' '상하이 부시장 비서관'이라고 하기도 했고, 수원의 시댁에 경찰복을 입고 와서 '경찰 간부'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와 절친한 인사는 "덩씨가 상하이 시 위생국의 고위간부로 일한 것이 확실하다"면서 "그가 타고 다니는 차 안에 위생국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고 했다. 교민들은 덩씨가 조세·공상·공안 당국 등에 전화 한 통화 걸어 민원을 해결하는 것을 자주 봤다고 한다. 한 교민은 "덩씨는 공안에 굵은 동아줄이 연결돼 있었다"고 했다. 덩씨가 마음만 먹으면 미행과 도청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덩씨의 흰색 BMW 소형차에는 특수 번호판이 달려 있어 주차할 때 주차요원들이 깍듯하게 인사를 했고,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유별난 성격
덩씨는 처음 만나는 한국 사람들에겐 친절하고 소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성격도 적극적이어서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적극적으로 인맥을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교민단체의 한 인사는 그러나 "덩씨는 친할 때는 그렇게 잘해주다가도 수가 틀리면 '맹수'로 돌변했다"면서 "순박한 모습과 광기가 공존하는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전했다. 2007년 그와 알고 지낸 한 영사는 상하이시 공안 당국에 그가 누구인지를 문의했다가 "다시는 뒤를 캐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연인관계로 발전한 H 전 영사의 부인과 아이들이 작년 8월 상하이에 오자 "떠나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K 전 영사에게도 '아들 2명 다 죽인다. 너네 부부 재수없다. XXX야(욕설)'라는 편지를 보냈다. 덩씨는 상대를 협박할 때 건장한 사내 몇명을 거느리고 나타났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