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제기2동에 있는 제사터 선농단(先農壇·사진).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일컫는 고대 중국 제왕인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를 주신으로 제사지내던 곳이다. 제사가 끝나면 모여든 사람들에게 쇠뼈를 곤 국물에 밥을 말아내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선농탕(先農湯)'이라 불렀고, 나중에 발음이 변해 '설렁탕'이 됐다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는 선농단을 동대문구가 서울시와 함께 67억원을 들여 역사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전문가 고증을 통해 선농단의 정확한 자리와 단(壇), 유물 등을 복원하고, 전시실·박물관·시청각실·다실(茶室) 등을 갖춘 건물을 세워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농제는 조선시대 유교 예법에 따라 국가 주요 전례(典禮)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선농단도 중요한 시설물로 관리됐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직전 선농단 일원이 국유화되면서 제향이 폐지됐고, 이후 일제 때 이곳에 청량대(淸凉臺) 공원이 만들어지고 숭인보통학교(현 서울종암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 선농단도 사라졌다.

해방 이후 1979년 지역 주민이 선농단친목회를 만들어 옛 선농단 자리에서 선농제를 다시 치르면서 부활을 알렸다. 1992년부터는 동대문구가 주관해 매년 선농제를 지내고 있다. 1972년 7월 이 근방 향나무들이 천연기념물 240호로, 선농단 자리는 2001년 10월 국가 지정 사적 제436호로 지정됐다.

동대문구는 현재 선농단 자리 2694㎡와 어린이놀이터 1239㎡를 합쳐 3933㎡(1192평)에 역사공원을 만들 방침이다. 올 9월 착공, 2012년 개장이 목표다. 관경대(觀耕臺·임금이 농민이 경작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만든 곳)를 복원하며, 선농단 관련 유물과 의례 재현물 등을 보관하는 전시공간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