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은 영화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세계 영화의 중심인 할리우드의 최대 행사이기 때문이다.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와는 다른 차원에서 흥행에 민감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역대 아카데미상 수상은 국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1990년대 이후 작품상을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에는 흥행작이 많았다. '늑대와 춤을'(1991), '양들의 침묵'(1992), '쉰들러 리스트'(1994), '포레스트 검프'(1995), '타이타닉'(1998) 등이 많은 화제를 뿌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는 주목할 만한 흥행작이 거의 없다. '글래디에이터'(2001년·서울 관객 124만명),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2004년·596만명) 정도만이 눈에 띈다.
오히려 2000년대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 중에서는 100만명을 넘긴 작품이 드물다. 2002년 '뷰티플 마인드'(57만명), 2005년 '밀리언달러 베이비(80만명)', 2006년 '크래쉬'(15만명), 2007년 '디파티드'(74만명), 2008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서울 관객 4만명)는 흥행 바닥권이다. 2003년 '시카고'(137만명), 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110만명) 가 겨우 100만 관객을 넘겼다.
지난해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의 '허트 로커'도 참패했다. 전세계적으로 3D영화 열풍을 일으키며 27억달러의 흥행 신기록을 수립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를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을 휩쓸었지만 흥행 성적은 바닥권이었다. 4월 초 개봉해 17만4684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올해 아카데미상 수상작 중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탄 '킹스 스피치'(3월 17일 개봉)와 나탈리 포트만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랙 스완'에 시선이 쏠린다. 기술 부문을 휩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는 이미 지난해 국내 팬들에게 선보였다. '블랙 스완'은 지난 24일 개봉해 31만명을 동원했다. '더 브레이브'는 현재 국내 개봉 중이지만 1만명을 겨우 넘긴 상태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