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지난 2008년 3월 1일 새벽 1시쯤,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폭주족들이 활개치고 있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경찰은 일제히 폭주족 특별단속에 나선다. 28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경찰관 1500여명과 사이드카 등 장비 463대를 단속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교통 순찰차에 부착된 위성항법장치(GPS)까지 동원해 폭주 가담자를 검거할 계획이다. 매년 경찰의 단속은 강화되지만, 폭주족들에게 3·1절은 여전히 특별한 날이다. 3·1절은 어떻게 해서 ‘폭주족들의 생일’이 되었나.

장흥식 서울시경찰청 폭주족 전담수사팀장에 따르면 인터넷이 없던 과거에는 3·1절이나 광복절에 폭주족들이 대규모로 집결하는 일은 없었다. 지역별로 소규모로 진행되던 이들의 ‘폭주’는 인터넷을 만나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들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교류하기 시작했다. 리더가 생겼고, 빠르게 조직화됐다. ‘XX 폭주연합’같은 말도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생겼다.

장 팀장은 3·1절과 광복절은 시기적으로 학기(學期)와 밀접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어린 폭주족들이 개학시점인 3·1절에는 ‘학기가 시작하니 달리자’며 모이고, 여름방학이 끝나는 광복절에는 ‘방학 전에 마지막으로 폭주를 뛰자’면서 서로 연락을 취한다는 것이다. 오토바이로 달리기에는 너무 추운 겨울을 피해 이들이 모이는 측면도 있다.

장 팀장은 “여기에 3·1절에 경찰이 단속을 강화한다고 하면, 호기심과 반항심에 이들은 오히려 오토바이를 끌고 밖으로 나온다”면서 “언제부턴가 폭주족들 사이에서 ‘3·1절은 폭주족들의 생일이고 문화다’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3·1절과 광복절이 민족정체성과 밀접한 날이라는 점을 들어 이들이 ‘잘못된 애국심’에 밖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장 팀장은 “3·1절에는 폭주족들이 오토바이나 자신의 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달리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애국심 때문에 폭주했다’는 진술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학생 김영진(27)씨는 “그 이유가 무엇이든, 폭주는 자칫하면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 아니겠느냐”면서 “한밤중에 귀청을 찢는 듯한 엔진 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애국심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밤 11시부터 3월 1일 오전 1시 사이에 가장 많이 폭주족들이 집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시내 129개 예상 집결지와 주요 이동로에 경찰력을 선점 배치해 폭주행위를 원천봉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