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76. 한국이 26일 일본 가와사키시(市)에서 열린 제4회 미식축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겸 아시아 챔피언전에서 일본에 대패했다. 2003년 제2회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일본과 처음 대결해 0대88로 진 데 이어 또 한 번의 참담한 패배였다.
일본은 미국이 출전하지 않았던 제1·2회 미식축구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강호다. 대학팀(218개)이 한국(35개)의 7배쯤이고 사회인팀(60개)은 한국(6개)의 10배나 된다. 이번 한·일전이 열린 가와사키 경기장은 일본 실업팀 아사히맥주 실버스타의 전용구장. 일본 관중 4000여명이 돈을 내고 입장했다. 한국 응원단은 재일교포와 유학생 100여명 정도였다.
준프로에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미식축구는 여전히 '동호인 모임' 수준이다. 그렇다고 만날 터지기만 하는 '동네북'은 아니다. 2007년 제3회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호주를 22대13으로 물리치며 첫 국제대회 승리를 기록했다. 2007 미식축구 월드컵 본선(일본 가와사키)에서도 프랑스를 3대0으로 이겼다.
현 한국대표팀은 국내 선수 31명, 재일교포 13명, 재미교포 1명으로 이뤄졌다. 김용수 감독 역시 재일교포 3세이다. 이번 대회는 경북대 교수인 박경규 대한미식축구협회 회장과 최현두 대표팀 단장이 사비로 훈련·원정 경비를 대며 준비했다. 대한미식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예산 지원도 받지 못한다. 국내엔 미식축구 전용구장도 없다.
한국은 8년 만에 다시 만난 일본에 정면 도전했다. 터치다운 10개를 내주면서도 과감하게 덤벼들었다. 2쿼터 한때 상대 골라인 20야드 앞까지 전진하기도 했다. 키 164㎝, 몸무게 64㎏인 러닝백 이수형(24·동의대)은 일본 수비수들의 거친 태클에 왼쪽 쇄골이 부러졌다. 박경규 대한미식축구협회 회장은 "한국 축구도 수십년 전 월드컵 무대에서 9대0 완패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했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미친 짓처럼 보이지만 부딪혀나가다 보면 언젠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