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가 부산은행을 메인 스폰서로 유치하면서 금융더비를 제안하고 나섰다. 올시즌 부산의 유니폼 가슴팍에서는 I'PARK 대신 부산은행이 새겨진다. 스포츠조선 DB

K-리그 '금융더비'를 아십니까?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가 올시즌 금융더비를 제안하고 나섰다.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더비(라이벌 팀간의 빅매치)처럼 금융권을 주요 스폰서로 한 구단끼리 경쟁구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대표적인 금융더비는 여자프로농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중 신세계 쿨캣을 제외한 5개 구단이 금융사 팀이다.

그런데 시(도)민구단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K-리그에 난데없는 금융더비라는 말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은 올시즌 부산은행을 메인 스폰서로 유치했다. 지난 3년간 부산은 홈구장(부산월드컵경기장)의 A보드 광고판에 부산은행을 유치했는데 올해부터는 유니폼 상의에 팀 명인 'I'PARK' 대신 '부산은행'을 커다랗게 내세우기로 했다. 연간 후원금액은 6억원. A보드 후원금은 5000만원이었다.

모기업의 지원으로 팀을 운영하는 K-리그 구단이 구단이 모기업 관계사가 아닌 금융사를 유니폼 스폰서로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의 모기업은 현대산업개발이다.

올시즌 금융사 로고나 이름을 유니폼에 새기고 경기에 나서는 팀은 인천 유나이티드(신한은행), 대구FC(대구은행), 광주FC(광주은행) 등 모두 시민구단이다. 이들 은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주거래 은행이거나 시민주주로 참여한 인연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경우다.

하지만 부산은행은 부산 구단에 먼제 후원을 제안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성과다. 부산은 안익수 감독을 영입한 후 팬 친화적인 컨셉트로 급속히 변모했다. 홈구장 2층에 팬라운지를 만들어 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이 팬들과 자유롭게 만나도록 했고, 선수들도 인터뷰에서 팬을 먼저 입에 담도록 했다.

그러자 비시즌 겨울인 데도 연습경기장에 100명 가까운 팬이 몰려들었다. 종전같으면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부산은행은 올시즌 부산에 축구바람이 좀 불겠다는 희망을 보고 전향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 단장에게 정중하게 요청했다. "K-리그에서 다른 금융사를 내걸고 출전하는 팀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적어도 그 팀들한테 만큼은 패하면 안됩니다."

안 단장은 "스폰서도 고객인데 고객 만족 경기를 해야 한다. 올시즌엔 부산은행 팀으로 뛰어도 좋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당초 부산은 시즌 운영비가 모자라서 A선수를 이적시장에 내놓고 당사자에게 통보까지 했다. 그런데 A선수와 면담이 끝나고 몇시간 후 부산은행 스폰서 유치가 확정됐고, 자금 여유가 생기면서 매각방침을 급히 철회했다. 구단은 토라진 A선수를 달래기 위해 연봉을 살짝 올려줘야 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