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3군 합동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되던 군 교육기관 합동졸업식이 무산됐다. 대신 소위(少尉) 계급장을 달아주는 임관식을 합동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육군 3사관학교, ROTC(학생중앙군사학교), 간호사관학교 등 6개 군 교육기관은 지금까지 각각 따로 날을 잡아 졸업식과 임관식을 치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졸업식은 종전처럼 따로 하되 임관식만 같은 날 각군 학교 졸업생들이 모두 모여 함께하는 쪽으로 어정쩡하게 결론이 난 것이다.

충북 청주의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2009년 졸업₩임관식 행사에 참석한 국방부의 주요 인사들(왼쪽)이 제57기 장교들의 졸업과 임관을 축하하고 있다. 앞으로 육군·공군·해군 사관학교 등이 졸업식은 따로 하되, 임관식은 합동으로 할 계획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지난 1월 초 청와대에서 내려온 지시 때문이다. 청와대는 3군 합동성 강화와 유사 행사를 통·폐합하라며 각군 교육기관별로 따로 실시되던 졸업·임관식을 한자리에 모여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김관진 국방장관 등이 긍정적 입장이었다. 장관 등 군 수뇌부는 매년 2월 말~3월 초엔 6곳이 넘는 각 교육기관의 졸업식에 참석하느라 다른 일정을 잡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 합동 졸업식에 대한 강한 반발이 나오기 시작했다. 각군 교육기관별로 역사와 전통이 다르며. 졸업·임관식 때 재학생들과 기념 이벤트를 갖고 교가(校歌)도 불러야 하는데 통합해 실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었다. 3군 통합성도 좋지만 육·해·공군 각각의 전통과 문화에 맞춰 졸업식을 여는 것까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 제기였다. 또 통합 졸업·임관식을 할 경우 초임장교 5400여명과 가족 3만여명이 한곳으로 이동해 시간과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국방부는 '졸업식은 각자 실시하되 임관식은 통합 실시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간호장교 소위 합동임관식은 다음 달 4일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다. 국방부는 3군 합동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임관식을 갖기 직전 교육기관별로 사흘간 타군(他軍) 부대나 전적지를 답사하도록 했다.

육사는 해병대사령부·합참지휘통제실 등을, 해사는 육군 2군사령부· 공군 남부사령부 및 11전투비행단 등을, 공사는 육군 3군사령부와 해군 2함대사령부 등을 각각 견학할 예정이다. 군 소식통은 "이번 각군 졸업·임관식을 둘러싼 갈등과 국방부의 결정은 각군 합동성 강화가 얼마나 힘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3군 학교 통합이나 3군 통합성이라는 어렵고 힘든 현안을 합동 졸업·임관식에서부터 풀어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순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바로잡습니다

▲본지 16일자 A8면 '3군 통합, 할 마음 있긴 있나' 기사와 관련, 국방부는 3군 합동 졸업·임관식과 관련,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바 없고 합동 졸업식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천자토론] 합동군사령부 신설로 3군 합동성 높아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