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일본과 호주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넣어 일본의 영웅이 된 이충성(26·리 다다나리)는 "내가 차 넣은 골이 일본을 정상에 올려놓다니, 어마어마한 일이다. 굉장했다"면서 "무엇보다 현지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고 중앙일보가 2일 보도했다.
 
J-리그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스포츠의 힘, 그리고 사람의 힘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면서 "팀 모두가 이뤄낸 결과다. 훌륭한 일이다"고 했다.
 
재일교포 4세로 지난 2007년 일본으로 귀화한 이충성은 이씨 성을 쓰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귀화하면서 이씨 성을(오야마(大山)라는 일본 성을 쓴 적도 있음) 그대로 쓸지 고민했다"며 "내가 일본에 귀화한 것은 한국인 100명 중 100명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갈등은 재일한국인이기에 직면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대세 선수는 재일동포이면서 북한대표팀을 선택했고, 나는 일본대표팀을 선택했다"며 "자이니치(在日·재일 한국인)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나의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자이니치 축구선수인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버지 이철태(52·참치 수출업)씨는 "충성이 할아버지는 조선 국적, 나는 한국 국적, 충성이는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 3대가 3개 국적을 갖고 있는 우리 집이 재일동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상은 한국에서 왔지만 우리는 메이드 인 재팬 한국인"이라며 "선조에게 감사하는 마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있지만 우리가 돌아갈 곳은 결국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선 비록 일본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었지만 이충성 선수가 자랑스럽다는 여론이 높다'고 하자 "기쁘고 고맙다. 한국 여러분이 좋게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다"면서 "한국인들의 시각이 더 넓게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내 마지막이 아니다. 앞으로 더 활약하고 싶은 꿈과 희망이 있다. 한국계 일본인으로서의 가능성을 넓혀나가면서 같은 처지의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 충성은 언론인터뷰에서 '2004년 한국 청소년 대표 시절 반쪽발이라는 욕을 듣고 상처받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부정적인 내용만 한국에서 보도됐는데, 사실은 즐거운 일이 더 많았다"면서 "현재 주빌로 이와타에서 수비수로 뛰고 있는 이강진 선수나 울산 현대의 오장은 선수와는 친구"라고 말했다.
 
이철태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는 "30일 경기 이후 사흘 동안 수백 통의 격려전화를 받고 방송 출연도 하느라 총 5시간밖에 못 잤다"며 "마치 거대한 쓰나미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는 '도로에 핀 민들레 같은 존재'라고 했다.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남들보다 갑절 이상의 노력으로 출중한 실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인터뷰 내내 아들의 일본 국적 취득이 부담스러운 듯 누차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그는 "아들이 귀화를 해서 일본 대표선수가 됐지만 한국인임을 알 수 있는 이씨라는 성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며 "축구 선수로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 국가대표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크로제, 포돌스키, 슈바인슈타이거 등도 모두 폴란드 출신"이라며 "재일교포라고 해서 막연히 핏줄이나 민족을 강요하기 전에 재일교포 입장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