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가 아시안컵 3위를 차지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도하(카타르)=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마지막 A매치에서 3대2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둔 이영표(34·알 힐랄)는 담담했다. 울먹이거나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후배들이 "은퇴하는 선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했을 때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A매치에서 127경기(5골)를 소화한 베테랑 답게 강심장이었다. 이영표는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감은.

▶긴 시간 동안 경기하면서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대표팀에 왔을 때 힘을 줬던 선배와 후배들, 대표팀에서 만났던 감독, 코치, 스태프, 협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구화를 마음껏 줬던 나이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대표팀 떠나면서 1999년부터 14년동안 한국축구의 위기의 순간이 많았다. 지치고 힘든 선수들에게 힘이 됐던 것은, 많은 비판과 충고 속에서 한마디 위로해준 팬들이 일으켜세웠다.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 힘을 줬던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비판해준 팬들이 있어서 축구가 흥미로워졌다. 그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대표팀이 힘들고 어려울 때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비판과 비난이 아니라 응원과 격려였다. 앞으로 더 많은 성원을 바란다.

-은퇴 결심 이유는.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잘하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다. 14년이나 했는데 이제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라고 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다.

-마지막 숙소 생활은 어땠나.

▶사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직후 은퇴할 계획이었다. 파주에서 운동하면서 이제 마지막 운동이구나 싶었다. 월드컵 떠나기 전 파주에서 자는 마지막 잠이구나 했다. 매 연습이 소중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님이 아시안컵까지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그 이후로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담담하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지금은 후배들이 (내가 은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아쉬워하더라.

-프로팀 은퇴도 할 것인가.

▶아직까지는 계약기간이 여름까지 남아있으니, 클럼팀에 대해 계약기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이제 알 힐랄에 집중해야 한다.

-A매치 최다 경기 출전 기록에 8경기 남았었는데

▶기록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홍명보의 135경기 출전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목표를 위해 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옳지 않다. 아시안컵에서는 2000년부터 오늘까지 16경기 보다 더 뛰었던 기록이 더 소중하다.

-가장 소중한 기억은.

▶모든 것이 소중하다. 한국축구의 전환점이 됐던 2002년 대표팀이 기억에 남는다. 당사자인 선수들 조차도 놀랐던 결과였다. 한국추국의 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아시아를 대표해서 자부심을 줬던 대회였고, 개인적으로도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발전하고 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라커룸에서 어땠나.

▶이번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얘기하지 않을려고 했다. 경기 집중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선수들이 알게 됐다. 차두리가 앞으로 못 볼 레전드 선수라고 하면서 식탁에 앉을 때 의자고 빼주고 방문도 열어줬다. 오늘도 선수들이 은퇴하는 선배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고맙다. 한국에 있는 최고의 선수들과 대표팀에서 마지막 경기를 해서 후배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후배들에게 한마디한다면.

▶70, 80년대 선배들이 세계축구와 가까워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줬다. 이후 세대들이 대표팀에서 잘해줬다. 다음 세대가 2020년까지 세계에 보여줘야 하는데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세대가 지금 보다 더 나은 레벨로 갈 수 있을 수 있도록 . 지금은 발전 속도가 그 전보다 빠를 것이라 자신한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 긴 시간 동안 운동만 했다.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부터는 공부할 시간을 갖고 싶다.

-박지성이 이른나이에 은퇴를 하게 됐는데.

▶더 뛰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테니, 계속 있어달라고 할 수 없다. 개인의 생각을 존중해줘야 한다.

-박지성

▶어렸을 때부터 축구했다. 경기장에서의 열정적인 모습이 지금의 박지성을 있게 했다. 후배들이 박지성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면서 좋은 느낌을 받고 좋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상당히 아쉽다. 후배들이 그런 열정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라운드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도하(카타르)=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