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구 갈현동에 위치한 갈마치고개의 생태환경이 복원되고 있다. 이곳은 3번 국도 개통으로 인해 남한산성 줄기와 분당구 영장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산림생태계가 단절되었던 곳이었다. 산림생태계가 끊기자 야생동물과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그동안 도로가 생긴 것을 알지 못한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고개를 넘기 위해 도로로 나와 로드킬(Road Kill·동물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 등에 치여 사망하는 것) 사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런 사고가 이어지자 갈마치고개 인근에는 동물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런데 2년 전 성남시가 중원구 갈현동 3번 국도의 갈마터널 주변에 야생동물의 통행을 위해 생태통로를 설치하면서 사라졌던 야생동물들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성남시 중원구 갈현동에 위치한 갈마치고개의 모습. 이곳은 도로 개통으로 산림생태계가 단절되었다가 2년 전 생태통로가 설치되면서 야생동물들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의 이동경로 분석

성남시는 지난 2004년부터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확보해주기 위해 '생태통로 건설사업'을 추진했다. '갈마치생태통로'는 폭 15m, 길이는 38m, 높이 7.5m 규모로 지난 2008년 11월에 만들어졌다.

동물 이동로는 생태적으로 설계됐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불러 인근 산림생태계와 야생동물의 서식현황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생태통로 설치방법과 입지를 선정했다. 주변의 산림생태계와 몸집이 작은 곤충에서부터 대형 포유동물까지 먹이를 고려해 자생식물종을 정하고,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야간 차량불 빛과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까지 마련했다.

시 관계자는 "갈마치고개 생태통로는 지난 2008년 조성해 국도 3호선으로 단절됐던 생태축 연결과 함께 차량으로 인한 로드킬(Road-Kill)을 예방하기 위해 만들었다"며 "통로를 만들 때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분석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환경 조성

시는 갈마치고개 인근 참나무 군락지였던 것을 고려해 터널 위의 이동로에 비슷한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 그동안 다니지 않던 야생동물들을 유인하기 위해 먹이 식물인 둥글레와 살구나무 등도 마련했다. 야간 불빛과 소음 차단을 위해 야생동물들의 눈높이에 맞춰 2.5m 높이의 펜스를 세웠다.

성남 갈마치고개 터널 위에 마련된 생태통로를 지나는 고라니의 모습이 CCTV에 잡혔다.

매주 수천 명 이상의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성남시 등산로와 야생동물 이동통로의 구분에도 신경을 썼다.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꺼린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등산로와 생태통로 사이에는 방음벽을 설치해 소음과 불빛 등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시켰으며, 통로 양 끝단에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울타리와 관목류를 심어 등산로와 야생동물의 이동로를 분리시켰다.

이 외에도 생태통로 주변의 도로변 야생동물의 진입 방지를 위해 도로변 유도펜스를 설치하고, 생태통로의 설치를 알리는 홍보용 태양광 전광판도 세웠다. 새롭게 설치되는 생태통로와 기존 야생동물 통로를 연결하기 위해 도로가 우수박스(산 등에서 내려오는 물을 저장하는 곳)를 활용해 소규모 통로형 터널도 만들었다. 생태통로 설치로 인한 효과 파악과 문제점 보완을 위해 CCTV를 통한 모니터링 활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야생동물 출현 횟수는 점점 늘어

생태통로가 설치된 지난 2009년에는 한 달에 10일 정도만 야생동물이 출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들이 점점 생태통로를 인식하게 되었고 작년에는 매달 22번씩 야생동물이 나타났다. CCTV가 찍은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고라니 306회, 너구리 298회, 멧토끼 48회, 족제비 9회, 청설모 2회씩 관찰됐다. 이들 야생동물 가운데 너구리는 동절기를 제외하고 꾸준하게 관찰됐고, 멧토끼는 동절기인 12~2월 사이에, 고라니는 번식기인 봄부터 여름철까지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경계심이 강한 동물인 고라니는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의 낮시간대 이동이 연 13회나 포착되는 등 갈마치 생태통로를 안전하게 인식한다는 동물들의 본능이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등산로와 관계 없이 야생동물들이 안전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생태통로로 적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중했다"며 "이곳으로 돌아온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멧토끼 등의 지역 목표종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도록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