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박정희 목을 따러 왔다"며 우리 군의 경계와 포위를 뚫고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했다가 전향한 김신조(69·사진)씨가 당시 무장공비들이 유린했던 전방 지역을 방문해 장병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러 나선다.
'1·21 사태' 43주년을 맞아 21일 경기도 육군 25사단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당시 침투한 공비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인 김씨가 장병 100여명과 함께 직접 침투로를 답사하는 것이다. 김씨는 이날 오전 장병들에게 안보 강연을 하고 오후에 연천·파주 등 침투 현장을 함께 걷는다.
김씨가 당시 뚫었던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25사단은 매년 1월 21일에 답사 행사를 열고 있지만, 김씨를 초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동만 사단장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의 도발 위험이 높아진 가운데 1·21 사태를 기억하고 장병들의 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와 장병들은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의 '1·21 침투로 안보견학장'에서 출발해 임진강과 파주시 파평산 등 '김신조 루트' 3.5㎞를 함께 걷는다. 귀순한 뒤 목사가 된 김씨는 "날씨가 춥지만 꼭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해 흔쾌히 약속했다"며 "당시의 침투 전술과 상황을 생생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1 사태는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했다가 서울 세검정고개에서 사살된 사건이다. 유일하게 생포됐던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박정희의 목을 따러 왔수다"라고 내뱉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