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의 온기가 채 가시기 전에 도착해 범죄를 옭아매겠다!"

발빠른 출동과 함께 깨알만 한 단서라도 채취·분석해 범죄의 전모를 밝히는 움직이는 과학수사대, 'CSI 버스'가 살인, 방화 등 각종 사건현장을 누비며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경찰청 주차장. 길이 11.8m, 폭 2.5m 규모의 육중한 차체는 온통 검정색 무광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좌우 양쪽엔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라는 주황색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버스 한 대가 세워져 있다.

지난 14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경찰청 주차장에 세워진‘CSI 버스’내외부 모습. 과학수사계 직원들이 내부 장비점검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정식 명칭이 '이동식 현장증거 분석실(Mobile CSI Lab)'인 버스는, 경찰청이 대형사건·사고 등에 대비한 신속한 현장 대응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작년 11월 제작·보급한 것으로 전국에서 경북을 포함 경기, 전남경찰청 등 3곳에만 배치됐다.

버스 계단을 올라 운전석 뒤로 설치된 반투명 유리문을 지나자 맨 먼저 '에어샤워실'이 나왔다. 좌우 양쪽에 뚫린 10여개의 구멍에서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와 수사관들의 몸에 남은 현장 오염물질을 제거해주는 곳이다.

또 하나의 자동문을 지나 '검색시스템실'로 들어섰다. 양쪽 진열대 위로 노트북 3대와 폐쇄회로(CC)TV 분석장비, 실물화상기 등의 첨단장비가 갖춰져 있다.

과학수사계 김종찬 경위는 "현장에서 채취한 족적, 지문이나 촬영 영상 등을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으로 옮겨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로 보내 실시간 분석·대조하는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 장소는 '증거분석실'. 현미경 2대와 아세탄 등 각종 약품이 들어있는 배기시약장, 현장 증거 채취에 사용한 핀셋·가위 등을 소독하는 초음파세척기, 혈액원심분리기 등이 마련돼 있다. 현장에서 채취한 혈액이 사람의 것인지, 혈액형은 무엇인지 등을 가려내고 현장에서 수집한 물품에서 범인이 무심코 남긴 지문이나 혈흔 등을 채취하는 곳이다.

버스 맨 안쪽인 '범죄분석실'엔 몽타주를 만들 수 있도록 노트북이 연결된 대형 모니터가 벽면에 달려있다. 이 곳에선 용의자를 대상으로 한 법최면 및 거짓말탐지기 수사도 가능하다. 천장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이곳 상황은 고스란히 건너편 검색시스템실로 전송된다.

버스에 실린 장비는 모두 19종이며 무게만 10t에 이른다. 또 CSI 버스 제작을 위해 1대당 총 6억9000만원이 투입됐다.

CSI 버스는 도입 후 최근까지 '구미 현금수송차량 탈취사건', '포항 인덕요양원 화재참사' 등 총 5개 사건·사고현장에 출동했다. 구미 사건에선 신속한 CCTV 영상분석을 통해 용의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난 자료를 수사진에게 제공했고, 요양원 참사 당시도 현장감식을 통한 원인 규명에 힘을 보탰다.

경북경찰청 김형섭 과학수사계장은 "도심은 물론 오지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감정업무 등을 통해 범인검거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CSI버스의 장점"이라며 "첨단장비를 활용한 탄탄한 수사로 단시간에 각종 범죄가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직원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