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24시간 뉴스채널 CNN을 창립한 테드 터너(Ted Turner)는 미국에서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대지주'다. 미국 토지 보유자들을 위한 잡지인 '더 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테드 터너는 200만 에이커(80억9385㎡)의 토지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몬태나주와 뉴멕시코주에 있는 그의 거대한 소유지는 제주도의 4배에 달한다. '테드 터너의 땅'에는 들소 4만 마리가 엘크 노새 사슴들과 함께 풀을 뜯으며 노닐고 있다.
터너는 자선사업가이기도 하다. 1997년 그는 유엔이 난민구제, 질병 퇴치를 위한 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를 기부했다. 스스로 환경주의자라고 자임하는 터너는 또 뉴멕시코 목장에 있는 엘크를 보호하면서도 매년 엘크 사냥을 주관한다. 여기에 참가하려면 1주일에 사냥 비용으로 1만3000달러(약 1440만원)를 내야 한다. 터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들소를 소유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의 들소고기 버거 납품업자이기도 하다. 몬태나의 목장은 요즘 미국 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동산이다.
# 2. 홍콩 위엔룽(元朗) 부근에 있는 폐쇄형 고급 주택단지 '팜스프링스' 광고 전단에는 "우리는 캘리포니아 남부의 풍광과 느낌, 아름다움을 홍콩으로 가져옵니다. 야자수가 늘어선 거리와 그림 같은 경치가 있습니다. 춤추는 분수와 색색의 꽃들, 향수를 자극하는 가로등과 거리의 조각상들도 놀랍습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팜스프링스는 "넥타이를 풀고, 양복과 롤렉스 시계를 벗어던지고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저 바라보세요"라며 세계 거부(巨富)들을 유혹한다.
팜스프링스에는 공영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외부와는 철저히 폐쇄된 '그들만의 공간'인 것이다. 외부인이 단지에 들어가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철통 같은 보안은 말할 것도 없다.
# 3. 1990년대 초 돈세탁의 중심지로 악명 높았던 두바이는 현재 수많은 마천루와 호화로운 개인 소유의 섬이 부자들의 은신처 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의 25개 쇼핑몰이 후원하는 쇼핑페스티벌에는 중동과 남아시아 등에서 수백만 명의 부자들이 쇼핑을 위해 찾아온다. 그러나 저임금의 건설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노동권 침해는 옛 식민종주국 영국의 인도 지배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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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아카이브 펴냄)는 제주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CNN 창립자 테드 터너의 사유지, 홍콩 팜스프링스를 비롯해 이란 사막에 세운 인공 오아시스 신도시, 두바이의 초고층 마천루와 인공섬 등 부유층의 화려한 생활공간 뒤에 감춰진 불평등의 세계를 보여준다.
미국 어바인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도시연구가인 마이크 데이비스 등은 신(新)자유주의로 더욱 부유해진 세계 상위 1% 초 부유층의 생활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부유층 생활공간의 기본적인 조건은 '분리'와 '장벽'이다.
신자유주의가 식민지 시절의 극단적인 주거 차별과 소비 구역 분리 패턴을 부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부자들은 대저택과 휴양도시, 캘리포니아 교외를 복제한 폐쇄형 주택단지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책에서 “현대의 부와 호화스러운 소비는 1980년대 이래 어느 때보다도 더 담장으로 둘러쳐지고 사회에서 섬처럼 고립된다”고 강변한다. 부자들의 ‘파라다이스’는 결국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들의 눈물과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