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정오쯤 서울의 한 주상복합빌딩 공사 현장에서 일손을 잠시 놓은 인부들 수십 명이 인근 건물로 몰려갔다. 건축자재가 어지럽게 널린 공간 한쪽에 300㎡쯤 되는 컨테이너 건물이었다. 현장 인부 678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일명 '함바집'(현장식당)이었다. '함바(飯場)'는 노무자 합숙소를 뜻하는 일본말에서 유래했다.

흙먼지와 페인트 묻은 옷을 입은 인부들은 큰 쟁반에 흑미가 섞인 밥과 반찬을 듬뿍 담았다. 이날 식단은 닭볶음탕·두부조림·시금치무침·마늘장아찌·김치 5가지 반찬과 배추된장국이었다. 밥값은 1인당 4000원이었다. 인부들이 '××방수'나 '○○전기'라고 소속 업체 이름을 말하면, 식당측은 장부에 업체별 인원수를 적었다가 한 달치 식대를 한꺼번에 받는다고 했다.

아침 7시쯤 출근해 저녁 5시쯤 퇴근하는 이 현장에선 아침과 점심 2끼를 제공한다. 인근 외부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람을 빼고 인부의 80% 정도가 한 달에 25일을 여기서 밥을 먹는다고 가정하면, 1년 식대만 13억원을 넘는다. 2008년 착공해 올해 완공 예정이니 3년여 공사 기간의 총 매출은 40억원에 가깝다. 함바 업계에서 평균 이윤으로 통하는 20~30%를 적용하면 10억원쯤이 순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공사 현장에서 식당을 하는 함바 업자들이 대규모 공사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건설업체에 '뒷돈'까지 건네는 것은 이런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A건설사 현장소장 이모(54)씨는 "큰 공사가 한창 돌아가면 인부가 5000명이 넘고 1~2년에 끝나는 것도 아니어서, 함바집을 하면 확실히 이윤이 남는다"고 말했다.

1000가구 아파트를 짓는 공사 현장에서 함바집을 열려면 초기 비용이 1억원 정도 든다. 식당과 부엌이 딸린 300㎡짜리 조립식 패널 건물을 짓고 주방 설비를 들이는 데 5000만원쯤은 있어야 한다. 10여년 전만 해도 시공사가 함바집 공간을 마련해주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엔 함바업자가 자기 돈을 들여 짓는 경우가 많다. 오물을 처리할 정화조를 설치하는 데도 5000만원 안팎이 필요하다.

함바 업자들은 건설사 중에서도 대기업 건설사를 선호한다. 중소 건설사보다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 B건설사 관계자는 "중소업체 건설현장은 규모도 작을뿐더러 잘못 들어갔다가 부도라도 나면 고스란히 돈을 떼이기 때문에 함바 업자들은 대기업의 대형 건설현장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