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출당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간 나오토 총리)

"오자와 그룹을 제외한 민주당과 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정책조정회장)

"정계개편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히라누마 다케오 '일어나라 일본당'대표)

민주당 집권의 일등 공신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간사장의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일본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40대에 간사장을 지내는 등 '자민당의 황태자'로 통했지만, 탈당해 정계개편을 주도했다. 하지만 명분보다는 돈과 인맥으로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공작의 귀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는 후원회 정치자금문제로 강제기소 결정이 내려지면서 간 나오토(菅直人)총리는 물론 야당도 '오자와 잘라내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간 총리, 탈 오자와로 반전 노려

민주당 지도부는 20%대로 추락한 지지율 회복과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는 '오자와 탈색(脫色)'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지도부는 정치윤리 심사회 출석, 탈당권고 등의 수순으로 오자와 전 간사장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오자와 진영은 "당내 다수파는 우리다", "대표경선에서 간 총리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실망하고 있다", "내각은 외교 실책과 각료들의 잦은 실언으로 선거에 연패하고 있다"며 역공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서 찾고 있다. 돈 문제로 강제기소 결정이 내려진 의원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간 총리는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지지율 반등이 가능하다는 계산.

정계 개편 논의 가속화

간 총리는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 신생정당 '일어나라 일본당'은 물론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좌파 사민당과의 연립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양당이 모두 연정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과의 연정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요미우리 그룹의 와타나베 회장이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대표를 부총리로 하는 민주-자민 대연정을 추진했다. 자민당 일각에서는 오자와 그룹을 제외한다면 연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야당이 오자와 배제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오자와 전 간사장의 탈당을 유도, 의회해산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계산도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최악인 만큼, 선거만 치르면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판단. 자민당은 중의원해산을 대비해 출마 후보자 물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치 10단'이라는 오자와 전 간사장이 다시 한 번 탈당, 정계개편을 주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최근 소장파 의원들과 연이어 회합을 갖는 등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돈 문제로 국민적 지지를 잃었기 때문에 그를 따라 탈당할 의원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정치윤리심사회 자진 출석을 거부하던 오자와 전 간사장이 28일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출석하기로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정부가 경제와 외교 정책에서 실책을 거듭, 지금 이대로는 일본의 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정계 개편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