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일본 프로야구를 정벌하기 위해 새롭게 장착한 무기는 무엇일까.
박찬호는 21일 오릭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3이닝을 던졌는데 컷패스트볼이 잘 들어갔다.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컷패스트볼(커터라고도 불림)을 신무기로 장착했음을 의미한다. 박찬호는 지난 10월2일 플로리다전서 커터를 앞세워 3이닝 무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동양인 최다인 124승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올시즌 초 양키스 시절 특급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로부터 커터를 배웠다고 밝힌 바 있다.
커터는 어떤 구종일까. 오른손 투수가 커터를 던지면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살짝 휘는 궤적을 그린다. 구속은 제대로 구사될 경우 직구보다 1~2㎞ 정도 덜 나오는게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슬라이더처럼 크게 휘거나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직구 스피드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변하는 까닭으로 배팅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커터의 그립은 포심패스트볼 그립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비틀어 잡거나, 슬라이더처럼 잡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손목을 비틀어 공에 회전을 주는게 아니라 직구처럼 그대로 채면서 던진다.
두산 조계현 투수코치는 커터의 위력에 대해 "우리투수들은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게 던지는데,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 정도는 아니더라도 직구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살짝만 휘게 던진다면 효과적이다. 떨어지는 것보다 옆으로 휘는게 더 좋다"라고 설명했다. 커터의 대가는 조 코치의 언급대로 리베라이며, 국내투수중에는 두산 김선우, 넥센 금민철, KIA 윤석민이 자주 구사한다.
조 코치는 이어 "커터는 제대로만 구사한다면 한,미,일 어디서 던지든 통하는 구종이다. 박찬호가 던지는 커터는 슬라이더성으로 보여지는데, 찬호가 팔힘이 있고 직구 구속이 좋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찬호의 직구 구속은 평균 146~147㎞ 정도이며, 커터는 이보다 1~2㎞ 정도 덜 나온다. 플로리다 타자들은 당시 "직구와 커터를 던지는데 정신 못차릴 정도로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일본에서는 포크볼처럼 낙차 큰 변화구를 반드시 던져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커터를 제대로만 구사해도 충분히 압도적인 피칭을 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찬호의 경우 직구가 최고 150㎞를 웃돌고, 기존의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컨트롤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커터가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