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이 졸속 예산안 처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 단독 처리 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데 반발해온 조계종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배경과 향후 대응 계획을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 원담 스님은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 총무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마치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만을 문제삼는 것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다"며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3가지 배경을 밝혔다.

그는 ▲정부·여당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 서민의 어려움을 보살피는 책무를 포기했고 ▲대화와 토론 없이 힘으로만 밀어붙였으며 ▲민족 문화 선양을 마치 종교에 대해 특혜를 주는 식으로 다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적 사업으로 시작된 템플스테이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우리의 문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종교문제로 치부해 은혜를 베풀듯 흥정했다"고 지적했다.

원담스님은 "조계종은 앞으로 정부와 여당의 지원 없이 스스로 문화재를 관리해 나가겠다"며 "여권에 대한 산문 폐쇄, 규탄 현수막 전국 사찰 게시, 오는 22일 정부 규탄 전국 사찰 동시법회 등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종단은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동안 더 이상 템플스테이 예산지원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불교 스스로의 힘으로 사찰과 문화재를 보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립박물관의 불교문화재 반환을 추진하겠다"며 "신규 발굴 문화재에 대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소유권을 가지고 방치하거나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조계종내 대응기구인 '민족문화수호위원회' 위원장인 영담스님도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최근 다시 템플스테이 예산을 살리려 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라며 "불교계는 돈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도 라디오에 출연해 "불교계는 앞으로 종도들의 강력한 의지와 결의를 엮어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동시에 정부와 여당의 각성과 태도변화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