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子路)가 공자(孔子)에게 "만약 백성에게 널리 베풀고 백성들 생활이 나아지게 돕는다면 인(仁)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공자는 "어찌 인이라고만 하겠나. 그것은 반드시 성(聖)이라고 해야겠지. 요(堯)와 순(舜) 임금도 그렇게 하기를 어려워했지"라고 답했다. 예부터 정약용을 비롯해 수많은 '논어' 해설자들은 한결같이 '인'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성'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의 원리'로 풀이해 왔다. 요즘엔 '인'에 바탕을 두고 '성'을 널리 퍼뜨리는 것을 공자의 평화사상으로 보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2005년 유네스코와 함께 공자문화제를 열면서 공자 사상을 되살리는 데 힘썼다. 문화혁명 때 홍위병이 부쉈던 공자상(像)이 곳곳에 다시 들어섰다. 후진타오 주석은 올 초 주윤발이 연기한 영화 '공자'가 개봉되기 앞서 제작진을 만나 "공자의 사상과 위대한 업적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릴 계기"라며 격려했을 정도다.
▶지난달 17일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에게 평화상을 주려는 노벨상위원회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평화관과 인권 개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공자 평화상을 제정하자"고 했다. 오늘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는 엊그제 공자평화상위원회가 첫 수상자로 대만 정치인 롄진을 선정해서 어제 시상식을 했다. 수상자 대신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소녀가 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공자평화상위원회의 정체가 미스터리"라고 했다.
▶공자평화상위원회는 최종 후보에 지미 카터, 넬슨 만델라, 빌 게이츠도 올랐다고 했다. "(중국) 문화부와 밀접하게 일하지만 정부기구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7일 "지금까지 100여개 국가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시상식에 44개국이 참석하고 19개국이 불참한다고 밝혔다.
▶후진타오가 지난달 프랑스를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을 때 르몽드가 사설을 썼다. "중국이 유럽 국가들에게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가지 말라고 붙잡는 것은 '중화제국의 주인'에게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군자는 두루 통하고 편협하지 않지만 소인은 편협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고 한 공자님 말씀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