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던 아이들이 차츰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3시 30분쯤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동성중학교 솔샘터 시청각실 안. 100여명의 경기도 각 지역 교사들 앞에서 동성중 정은희 교장이 올 한해 동안 '동성 희망 청소년 만들기 프로젝트'의 성과를 설명하고 있었다. 시청각실에 모인 교사들은 정 교장과 동성중측의 운영 보고에 귀 기울이며 분주히 메모해 나갔다.
동성중은 작년부터 수원시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집단 상담과 심성 수련 등을 통해 자존감을 키워주는 '희망 청소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동성중 학생들은 생활 기술과 대인관계 적응력을 키워, 입시 위주 교육 환경에서 소홀하기 쉬운 내면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희망 청소년 만들기 프로젝트의 시작
2007년 9월 정은희 교장이 동성중에 처음 부임해 왔을 때 그의 눈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생활·수업 태도가 안 좋은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정 교장은 이런 아이들이 단순히 성격 문제가 아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인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DHD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해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며 우울증, 학습장애 등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성인이 된 뒤에도 그 증상이 남게 된다.
이에 정 교장이 학생들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유도하는 집단 상담과 심성수련이었다.
정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설명하고 프로젝트에 참가하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내게 됐다"며 "일부 학부모들은 프로젝트 취지를 잘못 이해해 '우리아이를 왜 정신병원에 넣으려고 하느냐?'고 오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 교장은 시 교육청과 도 교육청, 시청을 차례로 찾아가 집단상담을 위한 전문가 초빙 등 관련 예산을 요청했고, 결국 수원시로부터 450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게 됐다.
동성중은 지원받은 시 예산으로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한 120명의 학생들에게 성격검사를 받게하고, 12명씩 10개반으로 나눠 전문상담가들이 주도하는 집단 상담을 실시하게 됐다.
정 교장은 "집단 상담에서 사과 하나를 가운데 놓아두고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생각을 물어보니 학생 12명이 모두 다른 의견을 말했다"며 "상담 전에는 교실 창문을 열고 닫는 문제로도 서로를 이해 못해 싸우던 아이들이 집단상담에서 모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전담상담교사가 없어 자원봉사자들을 초빙해 시작한 집단 상담이 성과가 나타나자 아예 전담교사를 1명 두고 상담을 이어나갔다. 또 인근 용인 강남대학교와 수원 아주대학교, 수원 청소년 상담 센터 등의 자문을 받아 프로젝트를 더욱 짜임새 있게 고쳐나갔다.
◆프로젝트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동성중의 '희망 청소년 만들기 프로젝트' 2년의 결과는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인 2008년에는 전체 재학생 1131명 가운데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유예자)의 수가 18명으로 전체 1.95%에 달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시작된 작년에는 6명(0.5%)으로 전년대비 30%수준으로 줄었고,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단 2명(0.1%)으로 크게 감소했다.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동성중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고은(3학년) 학생은 "그동안은 내 꿈이나 스스로 원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며 "집단 상담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예림(1학년) 학생은 "처음에는 '무슨 집단 상담이야 귀찮게'라고 생각했다"며 "막상 프로그램 참가해 마음에 품었던 말을 다 할 수 있고 친구들과도 공감할 수 있게 되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동성중에 모인 도내 교사들은 동성중의 '희망 청소년 만들기 프로젝트'를 다른 학교에도 접목 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상담교사 확충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원 수성중학교 조태희 교장은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교사에게 학생 상담을 맡겨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수 없다"며 "일선 학교에서는 상담을 전담할 전문 교사가 없어 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은희 교장은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왕따나 성격장애 등은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며 "동성중에서 이뤄낸 성과를 다른 학교에도 널리 알려 함께 공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