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북한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대북 제재 안보리 결의안을 주도한 미국을 비난하지 않은 대신,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중국이 더 나쁘다며 비판했다."(울란바토르 주재 미국 외교관의 보고)

비밀문건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 따르면, 북한은 '혈맹(血盟)'인 중국에 대해 최근 들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쉬어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와 스티븐 위크먼 중국 선양 주재 미국 총영사는 지난해 12월 15일 북·중 경제관계에 정통한 북한측 소식통을 만나 파악한 북한 내 정황을 국무부에 보고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중국이 147개 관광추천국이나 137개 투자추천국 명단에 북한을 포함시키지 않는 것 등에 대해 내심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북한이 중국의 이른바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투먼을 축으로 하는 개발계획)' 사업 가운데 투먼개발계획에서 손을 떼는 등 양국 관계가 아주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먼은 함경북도와 국경을 맞댄 곳이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최근 중국 교환학생으로 갔던 북한 학생이 망명한 직후 중국에 있는 북한의 모든 학생과 학자, 과학자를 불러들였다"고도 전했다.

이 외교 전문은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선호하고 화폐개혁에 반대했지만, 베트남식 개혁을 좋아한 김정은에게 밀렸으며, 김 위원장도 결국 김정은의 손을 들어줬다"는 식으로 분석했다.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부정적 인식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투자 유치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위키리크스에 등장한 한 소식통은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건설'을 목표로 세우면서 아파트 10만채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고위 관계자들을 중국에 보냈다"고 말했다. 북한은 중국측 투자자들에게 '현금으로 투자할 경우 광산개발권과 바다 이용 권리를 주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 가디언은 "'중국이 한국의 주도 아래 한반도의 통일을 수용할 것'(천영우 외교부 차관의 발언)이라는 전문 등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북한 정권이 유일하게 자신들을 지지해온 중국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현실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중국군과 미군 사이의 완충국가로서 전략적 가치를 잃었다(…)는 전문이 공개되면서 김 위원장의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