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해부학자 프란츠 조제프 갈은 사람의 머리를 만져 보거나 관찰하는 것만으로 범죄형 인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인간은 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그 뇌가 모여 있는 곳이 두개골이므로, 두개골이 튀어나오고 들어간 생김새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폭력·살인·절도를 충동질하는 뇌는 귀 바로 뒤쪽에 발달했다고 했다.

▶갈의 학설은 '골상학(骨相學)'이라는 이름을 달고 유럽을 휩쓸었다. 이탈리아 범죄학자 롬브로소는 한 걸음 더 나가 범죄인은 귀와 이빨, 입술 생김과 머리카락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범죄 친화적 특질은 유전되기 때문에 개개인의 노력으로 없앨 수 없다"고까지 했다. 골상학은 혈통론과 연결되면서 인류사의 비극을 낳았다. 히틀러는 아리안족의 고귀한 피를 유대인의 범죄적 피로부터 지키겠다며 수백만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몰아넣었다.

▶폴포트의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은 관료·문인·학자들을 특히 편견과 차별 대상으로 삼았다. 크메르루주는 손이 곱고 얼굴이 깨끗한 사람은 무조건 지식인으로 보고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질식시켰다. 그들은 1975년 집권 후 4년 동안 150만명을 학살했다. 우리가 '무뢰한' '냉혈한' '파렴치한' 할 때의 '한(漢)'은 중국의 한족(漢族)에 대한 차별을 담고있다. 6세기 중원을 차지한 북방 이민족들은 미처 남쪽으로 도망 못 가고 자기네 지배를 받는 한족에 대한 경멸을 담아 이런 말들을 만들어 퍼뜨렸다.

▶경찰이 부산 여대생 납치강도사건 용의자를 찾는 전단에서 용의자 인상을 '노동자풍의 마른 체형, 마른 얼굴'이라고 했다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부추기는 짓"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경찰은 전에도 다른 전단에서 '노동자풍의 얼굴이 길고 퉁퉁함' '노동자풍의 조선족 말투'라는 말을 썼다고 한다.

▶사무직 화이트칼라도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를 당하면 언제든 육체 노동자가 되는 세상이다. '노동자풍 얼굴'이란 게 어떻게 생긴 걸 말하는 것인지, 다른 직종의 얼굴과 구분되는 노동자만의 얼굴이 날 때부터 따로 있다는 얘긴지 알 수가 없다. 19세기 사이비 과학 같은 수사를 하고 있는 모양새가 갈 데 없는 '경찰풍(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