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발표된 QS 세계대학순위에서 영국의 케임브리지대가 미국 하버드대를 제치고 1위에 오르자 케임브리지는 이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냈다. 2주 후, 영국의 더 타임스가 발표하는 'THE(the Times Higher Education)' 순위에서 하버드가 1위로 조사되자 이번에는 하버드가 이를 널리 홍보했다.
각종 기관이 발표하는 대학 순위는 각 대학에 대한 평가에 큰 영향을 주고, 상위권에 오른 대학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각) 대학 순위의 평가 방식에 맹점이 많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NYT는 평가 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THE 순위에서 147위에 기록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대학을 들었다. 알렉산드리아대는 이 순위에서 영국 버밍엄대학(145위) 바로 아래였고, 네덜란드 델프트공대(151위), 미국 조지타운대(164위)보다도 순위가 높았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대는 스페인 교육부가 발표하는 ‘웨보메트릭스 대학순위’에서는 전 세계 대학 가운데 5882위로 기록됐다.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셍호르(Senghor)대학이 4396위로 나타나, 알렉산드리아 안에서조차도 최고가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THE 순위에서 세계 147위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NYT는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THE의 대학 평가 항목 가운데 하나인 ‘연구의 파급 효과’에서 이 대학이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 메사추세츠공과대(MIT), 프린스턴대에 이어 4위에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학 순위는 여러 가지 평가 항목을 점수화해서 산출하는데, 이 중 한 항목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으면 전체 순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알렉산드리아대가 이 부문에서 세계 정상권에 들 수 있었던 것은 교수 1명이 자신이 편집자로 있는 학술지에 자신의 논문 320편을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자오퉁(交通) 대학이 발표하는 대학 순위는 교수진의 연구 실적에 높은 가중치를 둔다. 졸업생이나 교수진이 노벨상이나 필즈 메달(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을 수상할 경우에도 가중치가 주어지기 때문에 인문학·예술분야보다 과학·수학 방면에 강한 학교가 높은 순위에 오르는 경향이 있다.
현재 40여개의 대학 순위 평가가 발표된다. NYT는 이들 중에는 특정 국가 내의 순위만 발표하거나, 특정 학과나 연구 분야에 대한 평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더블린공과대학의 엘렌 하젤콘(Hazelkorn) 학장은 “대학 평가는 통계적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계적 분석은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면서도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계량화되는 것이라고 다 중요한 것은 아니며 모든 중요한 것들이 계량화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