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장 뒤뷔페(Jean Dubuffet·1901~1985)의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내에 위치한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개점 80주년을 기념해 갖는 특별전으로, 장 뒤뷔페가 1960년대에 시작한 '우를루프(Hourloupe) 연작'을 보여준다. 1901년 아브르에서 와인 도매상의 아들로 태어난 뒤뷔페는 미술 공부를 했지만 예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작품 활동을 두번이나 그만뒀다. 그동안 가업을 이어 와인 도매업을 하기도 했지만 1940년대부터 다시 그림에 전념하기로 결심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어린이와 정신이상자들이 그린 그림에 심취해 이를 모으고 연구했으며, 거친 미술이라는 뜻의 '아르 브뤼(art brut)'라는 개념을 세웠다. 제도권 문화에 물들지 않은 순수하고 원시적인 예술을 주장했던 것이다. 뒤뷔페에 앞서 독일 표현주의자들도 예술의 원시성을 중시했었다.
뒤뷔페의 '우를루프 연작'에서 '루프'는 프랑스어로 늑대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야성적인 표현을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검은 테두리 안에 흰색과 붉은색, 푸른색이 단순한 형태와 어우러져 인물인지 사물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없다. 인간과 공간, 색이 서로 엉키듯 맞물려 일체가 된 것 같다. 그 가운데 굵고 검은 선 뒤로 새로운 공간을 발견할 수 있고, 반(半)추상적인 인물 속에 보여지는 복잡한 선이 삶과 세계를 말해주고 있다.
뒤뷔페는 〈멋진 남자〉에서 사람의 형상을 유머러스하면서 친근하게 묘사하고 있으며,〈인물이 있는 카스티야 풍경〉은 맑고 투명한 하늘색이 인상적이다. 대형 회화와 조각 등 28점이 전시되고 있다. 작가가 원했던 것처럼 어른뿐 아니라 순수한 눈을 가진 어린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어른은 어른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각자의 시각에 맞게 보고 느끼면 된다. 형식과 경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를 짚어보면서 문화와 예술의 가치란 무엇인가 함께 묻게 된다.
서울 본점 전시는 22일까지 계속되며, 이어 부산 센텀시티는 24일부터 12월 14일까지, 광주점은 12월 16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순회 전시된다. (02)310-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