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3D 베드신, 여배우의 체모 노출 등으로 주목받았던 '나탈리'(감독 주경중)가 개봉 첫 주말 4만4879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하루 평균 1만5000명으로, 주말 박스오피스 7위에 머물렀다. 같은 날 개봉해 사흘 간 61만명을 동원한 '부당거래'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다.
떠들썩한 화제성에 비해 실제 관객 동원은 저조한 이유는 뭘까. 역시 작품의 완성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개연성 없는 스토리의 문제가 가장 크다.
'나탈리'는 유명 조각가 준혁(이성재)과 무용과 출신 누드모델 미란(박현진), 미술평론가 민우(김지훈)의 얽히고 설킨 사랑을 다룬다.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삼각관계가 축이다. 그런데 영화의 전개는 단조롭기 그지 없다. 조각상 나탈리가 전시된 미술관에서 준혁과 민우가 미란과의 사랑을 확인하는 대화로 채워진다. 그 사이사이에 과거 회상 장면이 삽입된다. 회상 장면의 대부분은 노출과 베드신이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 인물의 내면을 설명하는 대사와 화면의 이음새는 헐겁고 느슨하다. 준혁이 모텔에서 평범한 주부와 섹스하는 장면처럼 그저 눈요깃거리로만 제공될 뿐이다.
미술강사와 여학생, 그 여학생을 짝사랑한 남학생이라는 인물 구도와 이야기 전개는 상투적이다. 인물간의 갈등은 서로 맞부딪치지 않은 채 그저 대사로만 처리된다. 준혁과 미란의 사랑은, 단지 전라 노출과 섹스를 통해서만 드러난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했고 왜 이별했는지, 이별 후에 얼마나 아파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래서 인물들은 인형극의 인형처럼 느껴진다.
허술한 이야기의 빈 틈을 메우는 것은 이 영화가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운 노출이다. 카메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배우들의 알몸을 클로즈업으로 반복해서 보여준다. 준혁과 미란의 베드신이 되풀이해서 등장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사랑과 섹스, 황폐한 내면과 육체의 연결점이 없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80년대만 해도 여배우의 노출은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전두환 독재정권의 3S정책에 따라 스크린은 섹스로 붉게 물들었고, 여배우의 속살과 신음소리로 가득한 에로물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남성 관객들은 그 전까지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여배우의 노출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노출 자체만으로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은 노출과 베드신은 허공의 깃발처럼 공허할 뿐이다.
'나탈리'가 홍보 마케팅을 하며 언급했던 '색, 계'는 곧바로 이 영화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색, 계'의 노출과 베드신 수위는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사회적 화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색, 계'를 에로영화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은 노출과 베드신은 허공의 깃발처럼 공허할 뿐이다.
게다가 베드신 자체도 지극히 단조롭고 아마추어적이다. 관객의 '눈'을 겨냥한 영화라는 사실이 의심될 정도다. 3D 영화라는 기술적인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만약 '아바타'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일찌감치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할 것이다.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신인급 배우들의 대사와 표정은 어설프기 짝이 없다. 결국 '나탈리'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같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