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영화계가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다. 여배우의 화끈한 노출이 스크린을 꽉 채우고 있다. '참을 수 없는'(감독 권칠인), '나탈리'(감독 주경중), '조금만 더 가까이'를 비롯해 11월 18일 개봉 예정인 '두 여자'(감독 정윤수) 등이다. 여름 극장가를 휩쓴 잔혹 스릴러와 바통 터치를 한 모양새다. 여기에 일본, 중국의 B급 에로영화들도 11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파격 멜로 영화 붐은 다소 느닷없다는 느낌이 크다. '악마를 보았다'를 비롯한 잔혹 스릴러는 2008년 '추격자' 이후 생겨난 스릴러 붐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파격 멜로물은 내적인 흐름을 찾기 힘들다. '나탈리'가 이안 감독의 '색, 계'를 끌어들여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단지 노출 수위만으로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고 화제작은 역시 '나탈리'다. 국내 최초의 3D 베드신, 신인 여배우 박현진의 헤어누드 연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정사 장면이 3D로 펼쳐진다. 게다가 클로즈업으로 촬영해 입체감이 더하다. 유명 조각가(이성재)와 누드 모델(박현진)을 내세워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 얘기를 풀어낸다. 그러나 '나탈리'는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3D 베드신을 무차별적으로 보여주는데 급급해 완성도에 있어서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한다.

'두 여자'는 신은경의 '대노출' 예고로 벌써부터 뜨겁다. 신은경이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정서로는 이해가 안 될 부분까지 심하게 노출했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두 여자'는 '나탈리'와 반대로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을 그린다. 산부인과 의사 소영(신은경)과 건축가 남편 지석(정준호), 요가선생으로 일하는 남편의 여자 수지(심이영)가 주인공이다. '단순히 즐기는 거면 용서해 줄게…'라는 홍보 카피가 주제를 암시한다.

신은경은 24세 때 이미 농염한 베드신을 선보인 적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노는 계집 창'(1997)에서 사창가를 전전하는 창녀 영은(방울)으로 출연해 파격 정사신을 보여줬다. 13년이 지난 '두 여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참을 수 없는'은 30대 초반 여성들의 속내를 들춰낸다. 작가 지망생으로 출판사에서 해고당한 뒤 친구 집에 얹혀사는 지흔(추자현), 친구의 남편(정찬) 등의 얽히고 설킨 사랑을 다룬다. 추자현은 '미인도'에 이어 이번에도 강도높은 노출신을 선보이고 있다. 권칠인 감독은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등에서 여성들의 심리와 고민을 섬세하게 그려낸 바 있다.

옴니버스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별 후에도 남자친구에게 집착하며 괴롭히는 여자, 비 오는 날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선후배 등 다섯 커플의 사랑을 솔직하게 그린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