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봉준영 기자] 배우 이성재가 연기인생 16년 만에 첫 베드신에 도전했다. 여자배우 못지 않게 노출에 겁이날 수 있는 작업이었지만, 이성재는 담담했고 오로지 영화 자체만 생각했다.
이성재는 주경중 감독의 영화 ‘나탈리’에서 한 여자를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조각가 '준혁' 역을 맡았다. 특히 ‘나탈리’는 이모션 3D멜로라는 장르로 SF와 액션에만 한정됐던 3D를 멜로 영화에 도입했다. 그런 만큼 배우도 감독도 조금 더 강도 높고 생생한 베드신에 심혈을 기울였고, 완성된 영화는 ‘색계’를 뛰어넘는다고 자신했다.
- 이모션 3D 멜로라는게 아직은 낯설다.
▲ 멜로 드라마인데 3D로 찍은 것일 뿐이다. 베드신을 3D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질 것이다. 근데 그것만 기대하고 왔다가 실망할까봐 걱정이다. 오랜만에 정극 멜로 드라마 한편 봤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노출 포인트가 있다보니 물론 수위는 높다. 그렇지만 박현진(상대배우)의 가슴과 내 엉덩이만 떠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주경중 감독의 또 다른 대작 ‘현의 노래’에 출연하기에 앞서 ‘나탈리’의 시나리오를 보고 선뜻 출연을 결정을 했다는데 어떤 점에서 끌렸나.
▲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2~3억짜리 아주 저예산 영화였다. 전혀 상업적이지 않고 원작 역시 희곡을 각색한 내용이었다. 근데 3D로 바뀌게 되면서 내용도 장면도 3D로 찍으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내용도 동적으로 바뀌고 장소도 복잡해지고, 무명 배우에서 인지도가 있는 배우로 가게 됐다.
저예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분위기가 상업적으로 가게 되는 바람에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낌이 반 정도 사라졌지만, 깊이있는 멜로라는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 데뷔 16년만에 처음으로 베드신에 도전했다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배우로서 그리고 한 남자로서 부담감은 없었나.
▲ 이 영화를 찍었다고 개봉하고 나서 에로배우로 각인될 것도 아니고 배우로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이었다. 촬영 현장에서도 나와 함께 촬영한 여배우에게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어색함이 다 없어지더라. 남자 스태프들이 가득한 현장에서 신인 여배우가 혼자 노출연기를 하려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나는 걸릴 게 없었다.
- 그래도 노출연기를 섣불리 감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특히 이제 마흔 넘은 중견배우 아닌가.
▲ 나는 이미 베드신보다 더 심한 장면을 찍지 않았나. 하하하. ‘공공의 적’ 화장실 장면은 내 생애 최고로 민망한 상황이었다. 그 장면보다 더 민망한 상황은 다신 없을 것이다. 이번 영화도 영화 속에서 워낙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거부감은 없었다.
- 거장 예술가이자 한 여자를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준혁’이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 조각가라는 직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감정 부분이 중요했다. 사실 준혁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저랑 다른 사랑을 해서 힘들었다. 약간 철학적인 사랑이랄까. 평상시 인간 이성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사랑이다. 서로 가장 좋은 시기에 그 시간을 간직하자며 결혼도 하지 말고, 10년을 기다린다.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이중적인 면도 있지만 그리 문제될게 없는 사람이다. 그 부분이 이해가 안됐다. 이해가 안되는 상황에서 연기를 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극중 ‘미란’을 무조건 사랑하려고 했다.
- ‘공공의 적’스러운 악역도, ‘나탈리’스러운 멜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다.
▲ 얼굴에서 오는 단점이자 장점일 것이다. 배우를 하기 뛰어나게 개성있게 생겼거나 장동건, 원빈처럼 특출하게 잘생긴 꽃미남도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한 감독님이 내 얼굴이 ‘도화지같다’는 극찬을 해주신 적이 있다. 그러나보니 나 역시 어느 한 이미지에 집착하지 않는다.
- 올해 나이 벌써 41살이다. 불혹을 넘긴 배우로서 바라는 삶이 있다면.
▲ 할리우드 배우들이 다른 것이 부러운 게 아니다. 고액개런티? 훌륭한 제작시스템이 아니라 해리슨포드처럼 6~70대에도 20대 여배우와 멜로 영화를 찍고 그 영화를 본다는 것이 제일 부럽다. 요즘은 배우의 연령층이 많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아쉽다. 나는 나이에 맞는 연기를 계속 쭉, 장르의 구애 없이 하고 싶다. 그게 41살 배우로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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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