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논설위원

식품 안전성 문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특정 식품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알려질 때 소비자들의 선택은 명쾌하다. 다른 대체품을 먹는 것이다. 낙지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가 아니다. 생선·육류 같은 대체품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소비자 개개인은 손쉽게 구매 중단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런 선택이 동시다발로 벌어지면 낙지는 시장에서 추방된다. 어느 정당이 모든 선거구에서 라이벌 정당 후보를 51대 49로 이겼을 때, 그 정당의 종합 득표율은 51%밖에 안 되지만 의석을 싹쓸이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낙지 머리(머리처럼 생겼지만 실은 내장이 든 몸통)’ 논란에서 서울시의 행동은 아쉬운 점이 많다. 낙지 머리는 무게로는 전체의 9%밖에 안 되지만 카드뮴은 97%가 몰려 있다. 서울시 입장은 낙지 머리만 따지면 카드뮴이 기준치를 최고 15배 초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급적 머리 부위는 떼고 잡수시라는 것이다. 낙지 머리에 유해물질이 들어 있다는데 낙지를 먹는 게 개운할 수가 없다. 소비자는 낙지 말고 다른 대체 식품을 찾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설명은 이렇다. 낙지 머리까지 다 먹는다 쳐도 평균적인 시민이 낙지를 통해 섭취하는 카드뮴은 WHO가 정한 섭취허용량(PTWI)의 1.48%밖에 안 된다.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어민에 피해도 주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낙지를 머리까지 먹어봐야 위해도는 ‘섭취허용량의 1.48%’ 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머리 부위를 빼고 먹으면 위해도는 0.04%로 떨어진다’고 설명했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1.48%’ 밖에 안 되는 위해도를 ‘0.04%’까지 떨어뜨리고 싶은 사람은 머리를 떼고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낙지를 통해서만 카드뮴을 들이켜는 건 아니다. 낙지보다 훨씬 많은 양이 쌀이나 야채를 통해 몸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우리 몸에 들어오는 카드뮴을 다 합치면 섭취허용량의 17%다. 낙지의 위해도를 1.48%에서 0.04%로 떨어뜨려 봐야 17%가 15.56%가 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이 건강을 꽤나 증진시키는 일이라고 보긴 힘들다. 게다가 PTWI(섭취허용량)라는 것을, 그 선을 넘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 PTWI는 ‘그 선부터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선까지는 확실히 안전하다’는 의미에서 설정한 수치다. 낙지를 머리 부위까지 포함해 국민 평균 섭취량의 67배를 먹어야 그 양에 도달한다. 낙지를 극단적으로 많이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겨냥해 보건정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언론이나 NGO는 보통 식품 위해성을 과장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감춰져 있던 어떤 위험성을 폭로하는 건 평가받을 만한 일로 여겨진다. 시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다.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낸다면 보람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식품 위해성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경고 때문에 농·어민, 기업이 눈물을 쏟은 사례는 숱하게 겪어봤다. 그런 사례 대부분이 시간이 흘러놓고 나서 보면 별것 아닌 일이었다. 이번엔 NGO나 언론이 아니라 서울시라는 거대 지방정부가 벌인 일이어서 더 주목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