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에서 인터넷으로 치르는 원격 시험을 대신 쳐줄 사람을 찾는 구인 광고가 인터넷에 떠돌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20일 사이버대학 학생들의 불법 대리 시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대학들의 학사 과정이 전부 온라인상에서 운영되다 보니 불법 대리 시험이 관례화된 것 같다"며 "구인 광고를 낸 사람을 중심으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의 한 취업 사이트에는 H사이버대학의 영어 시험을 대신 쳐줄 사람을 구하는 광고가 등장했다. '영어 대리 시험 모집'이란 제목의 이 광고는 '주급 20만원', '토익 고득점자·영어 경력자 우대'라고 돼 있다.
대리 시험 구인광고를 낸 김모씨는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나도 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며 "H사이버대학생 2명의 중간고사 영어 시험을 봐줄 대리 시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익보다 낮은 수준의 영어 듣기·문법·독해 문제이며 각 과목당 20~30문항"이라며 "20일부터 5일간 밤 9~10시 사이에 대신 시험을 치러주면 된다"고 구체적인 시험방법까지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시험을 볼 때 IP(인터넷 프로토콜) 인증 절차가 있는데, 이미 IP를 조작해 놓은 컴퓨터를 마련해놨기 때문에 대신 시험 볼 사람은 몸만 오면 된다"고 했다. 김씨는 또 "사이버대학 학생들이 대부분 직장인이라 공부를 할 시간이 거의 없다"며 "입학한 뒤 매번 이런 식으로 시험을 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측도 묵인해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H사이버대학측은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명문 사립대학에 다니는 취업 준비생 강모(26)씨는 "걸리지만 않는다면 하루에 1시간 시험 한 번 봐주고 20만원이나 받는데 솔깃하지 않은 대학생이 있겠나"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구인광고를 했다고 이를 증거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불가능한데, 인터넷상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검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입력 2010.10.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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