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가 이긴다 by 펠레.'(축구영웅 펠레가 예측한 축구 승부가 빗나갔다는 것을 빗댄 연세대 앞 현수막)
'이제 이기는 것도 지겹습니다.'(고려대 앞에 붙은 현수막)
사학의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가 10일부터 결전을 치르는 연고전(올해 고려대 주최)을 앞두고 두 학교의 신경전이 뜨겁다. 올해는 스포츠 경기와 응원전에 머물던 종전과 달리 장외(場外) 경쟁도 치열하다. 이기수 고대 총장이 지난 6일 강의에서 "고대가 대한민국 제1대학"이라고 한 발언도 경쟁심에 불을 붙였다.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와 학교 앞 명물거리는 라이벌 고려대를 의식한 푸른색 현수막 20여 장이 덮여 있었다. 'KU Leader(고려대 리더라는 뜻)? 제대로 읽어. 구.리.다!', '남자의 3대 비극은 남중, 남고, 고대.'(남자 중학교와 남자 고교를 나와 고대에 진학하는 것)
같은 날 고려대가 있는 서울 성북구 안암역 사거리 일대는 붉은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얼굴도 안 보고 무조건 데려간다. 고대 며느리', '연세대 4년 만족! 고려대 평생 만족!', '손기정에서 김연아까지! 고대 체육의 역사가 한국 체육의 역사입니다'.
'기부 연고전'도 한창이다. 이날 고대 민주광장 앞에는 적십자 헌혈차량이 서 있었다. 차량에는 '오후 4시 현재 고대 125명, 연대 36명'이라며 헌혈 학생 수가 적힌 종이가 붙어 학생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이중관(20·경영학과)씨는 "고대가 '헌혈 고연전'에서 이기고 있는 걸 보니 뿌듯하다"며 헌혈차에 올랐다. 고대 학생들이 모은 혈액은 고려대 이름으로 고대 안암 병원에 기부된다. 8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도 적십자 헌혈 차량이 학생들을 맞았다. 연대 학생들의 혈액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소아병동에 기부된다.
'바자회 연고전'도 뜨겁다. 연대 '청바지 바자회'에 온 김지현(20·경영학과)씨는 "청바지도 싸게 사고, 내가 낸 돈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된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연세대 총학생회 간부 김영민(24·물리학과)씨는 "수익금 전액은 교내 탈북자 친구들을 위한 장학금과 정서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대에도 '자선 바자회'가 한창이었다. 김밥 만드는 기계, 원더걸스 사인 앨범 등 다양한 물건이 1000~1만원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 수익금은 성북구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양교 총학생회는 '레드 셔츠, 블루 셔츠 데이'라는 행사를 열어, 6~8일까지 각 학교 상징색 옷을 입고 온 사람들 수를 센 뒤 1명당 100원으로 계산해 어린이 재단에 학교 이름으로 기부한다. 고려대 총학생회 이재형(23·전자전기공학과)씨는 "이번 고연전 주제는 기부"라며 "많은 학생이 적극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