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보트 레버를 밀자 파란 물보라가 일었다. 이내 속도계는 35노트(시속 65㎞)를 가리켰다. 물 위에서 느끼는 속도는 땅 위에서의 2~3배. 자동차로 시속 200㎞ 급가속한 기분이 나는 셈이다. 그러자 모터보트와 17m 길이 줄로 이어진 '땅콩보트'에 탄 관광객들이 "꺄악"하고 즐거운 비명을 터뜨렸다. '땅콩보트'는 튜브 2개를 붙여서 만든 땅콩 모양의 고무보트. 모터보트가 급하게 방향을 틀자 원심력을 받은 땅콩보트는 물 위를 통통 튀며 날아올랐다.
지난 17일 찾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호수에는 평일 오전인데도 바나나보트와 수상스키를 즐기는 수상레포츠 애호가들 400명이 몰려 북적거렸다. 주말이면 12.5㎢ 넓이 청평호수에 모터보트 400여대와 관광객 6000여명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막판 무더위는 청평호수 수상레포츠로 날린다
가평군 청평호수는 서울에서 1시간, 경기 남부에서도 2시간 안팎이면 다다를 수 있다. 늦여름 무더위를 떨쳐버리기엔 그만이다. 최근 내린 비로 물이 불어 보트 탈 맛이 난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바나나·땅콩·플라이피시(Flyfish) 등 다양한 모양의 고무보트를 골라 탈 수 있다.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Wake Board·물 위에서 타는 스노보드) 등 본격적인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었다. 제화업체 '안토니 바이네르' 김원길(49) 대표는 "매주 직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겸해 수상스키를 타러 온다"고 했다.
북한강을 따라 이어진 청평호수 24㎞ 구간에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는 모두 78곳. 이 중 가평군이 추천하는 곳은 그린수상레저, 수영인의 마을, 청호수상레저, 메종 드 발리, 르메이에르 등 10군데다. 모두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고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 시설과 서비스가 좋다고 알려진 곳이다.
땅콩보트는 1㎞ 달리는 데 1인당 2만원 선. 5명이 타는 바나나보트와 플라이피시는 각각 1만5000원, 2만5000원 정도다. 타는 시간은 5분 내외로 짧지만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은 짜릿함이 있다.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는 초보자의 경우 강습비를 합쳐 2번 타는 데 6만원이다. 4~5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혼자서도 탈 수 있다. 수상스포츠가 부담스러우면 4~5인용 모터보트를 타고 청평호수와 남이섬 일대를 둘러볼 수도 있다. 거리에 따라 1인당 4만~10만원 선이다.
◆55m 높이에서 펼치는 호수 위 번지점프
더위를 날리는 데는 가슴 속까지 시원한 번지점프도 추천메뉴다. 청평호수에는 55m짜리 점프대를 갖춘 가평TOP랜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청평스포랜드, 청평리버랜드 등 번지점프장만 3곳이다. 각종 TV 오락 프로그램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번지점프 비용은 1인당 3만원 선이다. 3곳 모두 수상레포츠와 숙박 시설까지 갖추고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마련했다. 가평TOP랜드의 경우, 주말에는 번호표를 받고 2시간가량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벼 서두르는 게 좋다.
이 밖에도 청평호수에는 남이섬은 물론, 재즈축제·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한 자라섬, 자연생태식물원인 이화원, 프랑스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쁘띠프랑스 등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다.
청평호수를 들를 때 꼭 맛봐야 하는 먹을거리는 닭갈비와 막국수다. 남이섬 주차장 주변에는 20여곳의 닭갈비와 막국수 집이 모여 있어 다른 메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서울에서 청평호수는 자가용으로 1시간 거리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IC나 서울춘천고속도로 화도IC에서 나와 춘천 방면 46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짧은 거리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서종IC에서 나와 391번 지방도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차가 덜 막힌다.
가평으로 가는 길은 또 널리 알려진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46번 국도에서 나와 75번 국도를 여유롭게 달리면 632m 높이 호명산과 뾰루봉 사이로 북한강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경춘선 열차(청량리역·성북역~가평역)나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도 비교적 편리하다. 남이섬을 운영하는 ㈜남이섬은 하루 1번 서울 인사동과 남이섬을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타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02)753-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