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김포공항 주변 지역의 고도제한을 완화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부천시는 고도제한으로 오랫동안 도시 개발이 제한받고 있다며 정부에 이의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구역은 김포공항과 인접해 있는 오정구 전체와 원미구 일부 지역이다. 부천시는 부천시와 비슷한 입장인 서울 강서구·양천구와 협력해 일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고도제한 완화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실제적인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김포공항 고도제한

고도제한은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일정 높이 이상의 고층건물을 못 짓도록 한 법이다. 부천시에 따르면 고도제한의 높이는 김포공항 활주로를 중심으로 반경 4㎞까지 해발 57.86m(아파트 13층 정도)로 이 높이 이상으로는 건물을 지을 수가 없다. 김포공항 인근의 고도제한을 받는 면적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181㎢에 이른다. 서울은 강서구와 양천구, 경기도는 부천시와 김포시, 인천은 계양구가 해당된다. 부천의 경우 약 24㎢가 해당돼 부천시 전체 면적의 절반이 조금 안 된다. 오정구는 전체 7개 동이 모두 포함되고 원미구는 도당동과 약대동의 일부 지역이 해당된다.

부천시가 김포공항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고도제한 적용을 받고 있는 오정구 일대.

부천시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4개 지방자치단체들과 여러 차례 노력해왔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번에는 고도제한 완화의 필요성을 실제로 느끼지 않는 인천시 계양구와 김포시는 빠졌다고 말했다. 현재 고도제한의 적용을 받는 부천시와 강서·양천구의 도시 개발 대상지역은 610만㎡에 이르며 이곳에는 5만2000가구에 100만여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도제한이 도시 개발 막아

부천시는 최근 서울 강서구·양천구 실무자들과 모임을 갖고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3개 지자체 실무자들은 비행안전영향평가 용역을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비용(6억원 추산)을 지자체별로 분담할 계획이다. 안전평가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실시할 예정이다. 3개 지자체는 안전평가 용역 결과를 근거로 국토해양부에 고도제한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를 위해 이르면 9월 초에 부천시장과 강서구청장, 양천구청장이 만나 의견을 나누고 협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천시가 고도제한 완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공항 인근에 위치한 고강지구의 뉴타운 개발 때문이다. 부천시는 2007년부터 고강뉴타운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 고도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보장이 안 돼 뉴타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천시는 김포공항 인근 봉배산(125.2m)과 샛말산(59.8m) 사이에 위치한 고강지구의 경우 일률적으로 고도제한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산의 높이에 맞춰 일부분만이라도 건물을 높게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천시는 고도제한으로 고강동은 물론 원미구 춘의동사거리 일대까지 도시 개발의 영향을 받아 구도심의 경우 신도시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인 모습의 도시 개발이 이뤄져왔다고 밝혔다.

부천시 백완희 담당자는 "군(軍) 공항들도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추세"라면서 "민간 공항도 비행기 안전운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도시 개발과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위해 고도제한을 완화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국토부 "안전운항이 우선"

국토해양부는 부천시 등 3개 지자체의 고도제한 완화 움직임에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자체들의 어려운 입장은 알지만 현실적인 개선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항공안전과 표인종 담당자는 "항공법상의 고도제한은 국제 기준이므로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며 "만일 고도제한을 완화할 경우 취항 노선이 불허되고 무엇보다도 비행기의 안전 운항이 위협을 받기 때문에 지자체의 입장을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김포공항 인근의 자치단체들은 고도제한을 미리 고려해 도시 개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