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한 교수가 지난해 성폭행 의혹을 받자 해외 도피했고 이어 교수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그러나 서울대는 이 교수의 연구실을 없애지 않았고 몇 달 뒤 귀국한 이 교수는 최근까지 학교에 출입하며 연구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서울대에 따르면, 작년 4월 공과대학 A교수와 만난 서울 B여대 학생 C씨는 "A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B여대 성폭력 관련 신고센터에 신고했다. B여대는 이 사실을 서울대에 알렸고, 그 뒤 A교수는 학교에 출장 신청을 내고 해외로 출국했다.

서울대는 A교수에게 연락해 귀국하라고 요구했지만, A교수는 응하지 않았다. 여학생은 '강압에 의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A교수는 학교측에 "서로 동의하고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결국 작년 9월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A교수는 변호사를 보내 해명했다. 그러나 징계위는 A교수가 교육공무원으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는 점을 들어 해임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위는 성폭행 의혹은 양측 주장이 엇갈렸지만, A교수가 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문제이고 교수로서 해명 한마디 없이 수업을 팽개치고 출국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판단해 해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학생은 사건 직후 A교수를 고소했지만, 해임이 결정된 뒤 귀국한 A교수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교수는 이후 교육과학기술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해임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제기했지만 최근 기각됐다.

그런데도 A교수는 해임된 지 1년이 다 된 최근까지도 자기가 쓰던 공대 교수연구실과 학내 연구소 연구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교수는 일부 연구 프로젝트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관계자는 "A교수는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수시로 (전화)연락해 오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구실에 들러 맡고 있는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연구소 소장은 "연구소에 있는 A교수 연구실은 없어진 걸로 알고 있다"며 "연구소의 다른 교수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소 홈페이지는 아직도 A교수 사진과 경력까지 담아 연구소 소속 교수라고 소개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4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 학술회의와 6월 국내 춘계학술대회에는 A교수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쓴 논문이 발표됐고 A교수는 논문에 서울대 교수로 기재돼 있었다.

한 서울대 공대 교수는 "교수들이 온정주의 때문에 연구실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며 "논문은 발표 시점에 소속이 달라지면 주석(註釋)을 달아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A교수 반론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