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타운 유치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중부권 중진 P의원이 지난달 말 지역구에서 지역 현안을 논의하면서 한 발언이다(지역 신문 보도). 국토해양부의 한 국장은 지난 3월 경기도 SOC 추진 간담회에 참석해 "'예타'가 잘 나오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이 전략을 잘 짜서…"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지자체의 로비가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말들이다.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KDI 등 6개 기관이 실시한 결과가 제각각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밤늦은 시간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던 경인아라뱃길 공사 현장.

예비 타당성 조사 도입 초기엔 경제성(B/C)분석만 따지다 2003년부터 종합평가(AHP)를 통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경제적 타당성만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 사업의 시급성 등까지 고려해 추진 여부를 결정해보자는 취지다.

AHP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진 8명이 각각 점수를 써내 최고, 최저 점수를 버리고 6명의 점수를 평균 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자체와 정치권이 치열한 로비를 벌이는데, 그 결과 예비 타당성 조사가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KDI는 2004~2008년 경제성이 없다고 판정받은 48개 사업(15조2466억원)을 정책적 평가(종합평가·AHP)를 통해 사업성을 인정해주었다"며 "현 AHP 방식은 정치적 개입을 통해 경제성 없는 사업을 사업성 있게 둔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인운하에 대한 타당성 조사의 경우 경제성 수치(B/C)가 ▲KDI(2003년) 0.92~1.28 ▲감사원 0.7~0.9 ▲국토부(2008년) 1.52 ▲KDI 재조사(2008년) 1.07 등으로 조사기관마다 제각각이었다.

조세연구원 박정수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장은 "차라리 종합평가는 하지 말고 경제성 분석만 하자는 의견이 학계에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KDI의 조사 결과는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검증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며 "연구진이 외압을 받지 않고 전문성에 입각해 판단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