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프랑스 파리 센강 퐁뇌프 다리 부근에 위치한 화랑 다니엘 베세슈(Daniel Besseiche)에서 한국작가 조준호의 개인전이 개막됐다.

이번 전시는 정헌메세나협회가 선정하는 '청년작가상' 수상 기념으로 마련됐다. 지난 2003년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이 부친인 고(故) 서정익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정헌메세나협회는 2005년부터 매년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35세 이하의 한국 작가 한 명에게 '청년작가상'을 주고,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어주고 있다. 협회는 또 유럽에서 활동 중인 35세 이상 작가 4~5명에게 작품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정헌(靜軒)은 서정익 회장의 호다.

정헌메세나협회‘청년작가상’수상자 조준호 작가(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개인전 전시장에서 협회 창설자인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 신홍순 협회 이사, 오천룡 협회 회장(오른쪽부터)과 자리를 함께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오천룡 화백이 회장으로 있는 정헌메세나협회는 올해 '청년작가상' 수상자로 독일 뮌스터에서 활동 중인 조준호를 선정했다. 부산 출신인 조준호는 2001년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2005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생활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인물을 통해 '인생은 연극'이란 메시지를 던지면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작품 〈아버지〉에서 아이의 즐거움을 위해 광대 노릇을 하지만 힘든 생활에 일그러지는 아버지의 표정을 어둡게 표현했다. 또 미술경매장 모습을 그린 작품 〈경매(Auction)〉는 세계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들을 토끼 얼굴을 한 인물로 묘사, 미술시장이 대형 경매회사와 투기꾼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천룡 회장은 60여명의 응모 작가 중 10여명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하고 인터뷰를 통해 조준호를 수상작가로 선정했다. 오 회장은 "작가가 르네상스 이후 서양화의 주류를 이어온 인물화를 훌륭한 기법으로 잘 소화하고 있다"며 "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훈련을 거친 독창적인 기법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조준호의 개인전 개막식에는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정헌메세나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신홍순 전 예술의전당 사장을 비롯한 한국 문화계 인사들과 프랑스 미술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화랑 대표인 다니엘 베세슈는 "조준호의 작품은 주제가 철학적인데다 테크닉이 매우 뛰어나 유명 컬렉터인 제랄딘 채플린(미국의 전설적인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딸)이 작품을 구입했고, 다른 컬렉터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헌메세나협회는 작년 11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역대 '청년작가상' 수상자 5명을 포함, 협회가 그동안 창작활동을 지원한 작가 22명의 작품을 전시한 〈아름다운 다리 전(展)〉을 열었다. 서 회장은 "요즘 젊은 작가들은 사진이나 멀티미디어 작업을 많이 하지만 나는 캔버스 작품(평면회화)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유망한 작가를 발굴해 예술의 중심인 파리 화단에 소개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10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