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봉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스페인온두라스남아공월드컵 H조 경기가 열렸던 22일(한국시각) 엘리스 파크 스타디움. 2―0으로 앞선 스페인의 스트라이커 다비드 비야는 후반 16분 자신의 페널티킥이 골대 오른쪽을 살짝 빗나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야는 이미 두 골을 넣은 상태였지만, 페널티킥 실축으로 역대 월드컵 50번째 '해트트릭(한 경기 3골)'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물리학적으로 따지면 '페널티킥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그렇다는 뜻이다. 면적 약 17.9㎡의 골대(높이 2.4m, 너비 7.3m)로부터 페널티킥을 하는 지점까지의 거리는 11m이다. 시속 100㎞(초속 약 28m)의 강한 슈팅을 골대 구석으로 때린다면 약 0.4초 만에 골라인을 통과하게 된다.

이에 비해 골키퍼가 공의 진로를 판단하고, 몸을 날려 공을 향해 손을 뻗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0.6초 정도. 시간상으로는 키커의 발에서 출발한 공이 골대 구석을 향해 몸을 날린 골키퍼보다 0.2초 빨리 골라인을 통과한다는 뜻이다.

페널티킥은 제대로만 차면 당연히 성공한다. 골대 넓이, 슈팅 속도, 골키퍼 반응 시간만 고려하면 골대의 63%가량은 페널티킥의‘절대 골인 구역’이 될 수 있다. 사진은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가 22일 온두라스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모습.

골대 넓이와 골키퍼 반응 속도를 따져보면 페널티킥의 '절대 골인 구역'도 가정할 수 있다.  키가 1.8m인 골키퍼가 골대를 지킨다고 상상해 보자. 두 팔을 양옆으로 뻗고 골대 가운데에 섰을 때, 골키퍼의 손부터 골포스트까지의 비는 거리는 좌우 2.7m 정도이다. 양팔을 쭉 뻗은 길이는 사람의 키와 비슷하다. 따라서 슈팅 방향을 보고 골키퍼가 시간의 지체 없이 몸을 움직여 공을 막을 수 있는 좌우와 위쪽의 거리(0.5m)를 제외하면, 골대 전체의 약 63%(약 11.2㎡) 정도를 '절대 골인 구역'으로 볼 수 있다. 이 구역에서는 아무리 순발력 있게 몸을 날려도 공의 속도보다 늦어 공을 막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골키퍼들이 페널티킥을 자주 막아낼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골키퍼들이 키커의 슈팅 방향을 예측하고 뛰기 때문이다. 보통 골키퍼들은 키커가 페널티킥을 즐겨 차는 방향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그 방향으로 미리 몸을 날린다. 일부 골키퍼가 스타킹 속에 상대 공격수들의 페널티 킥 습관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메모를 갖고 경기에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쪽을 포기하는 대신 공의 움직임을 인지해서 몸을 날리기 직전까지 소요되는 시간(0.4초)을 아끼면서 다른 쪽으로 향하는 공들을 막아내려는 것이다.

키커의 심리적인 압박감도 페널티 킥 실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이다. '성공하면 본전, 실패하면 역적'이라는 키커의 부담은 '막으면 영웅, 못 막아도 본전'인 골키퍼보다 훨씬 크다. 키커가 페널티킥을 너무 잘 차려다 실축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페널티킥은 물리학적으로 '무조건 넣을 능력이 있는 키커'와 '재수 좋게 슈팅 예측이 맞아야 막을 수 있는 골키퍼'가 벌이는 불공정한 승부이다. 그런데도 공을 차는 키커가 지는 경우가 적지않은 것이 페널티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