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비축구가 강호 네덜란드를 상대로 빛을 발했다. 18일 남아공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맞선 일본은 강팀에 맞서는 약팀이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줬다.
후반 스네이더에게 중거리슛을 허용해 0-1로 패했지만, '우승후보'를 상대로 선전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반전은 0-0으로 종료됐다. 네덜란드는 볼 점유율 69%대 31%로 공격을 주도했다. 하지만 일본 수비진의 효율적인 방어에 막혀 이렇다할 슈팅 기회는 잡지 못했다.
골대 안쪽으로 향한 유효슈팅은 양팀이 1개씩으로 같았다. 일본 수비가 네덜란드 공격진에게 슈팅찬스를 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본은 최전방의 혼다 게이스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기 진영에서 수비에 치중했다. 일본 수비진은 자기 자리를 확실히 지키면서 네덜란드의 공격에 쉽게 뚫리지 않는 강고함을 보여줬다. 네덜란드 선수가 공을 잡으면 2~3명이 달려들어 압박을 시도했다. 상대 공격수가 넓은 공간에서 맘 편하게 패스나 슈팅하지 못하도록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페널티박스 주변에서 불필요한 파울을 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압박수비로 네덜란드 공격을 잘 막아냈다. 전반전 파울 수는 8대10으로, 일본보다 오히려 네덜란드가 2개 더 많았다.
전력이 열세인 일본은 중앙 미드필드를 강화하고 긴 패스로 간간이 역습을 노렸다. 전반 막판 일본의 역습을 막느라 네덜란드는 경고까지 1개를 받았다.
예상외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네덜란드 선수들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일본 선수들이 후반에도 잘 버틸 경우 뜻밖의 '대어'를 낚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을까. 일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들이 네덜란드 진영으로 올라오면서 공격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네덜란드는 중거리슛 한방으로 경기의 승부를 갈랐다.
이후 양상은 정반대였다. 일본이 동점골을 넣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고, 네덜란드는 공격 템포를 늦추며 역습을 노렸다. 일본은 공격진을 강화하면서 수비에 허점을 보여 여러차례 추가골을 허용할 위기에 처했으나 골키퍼와 수비진의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