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공강우 실험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연합뉴스 5월 23일
미국의 호피 인디언들이 지내는 기우제(祈雨祭)는 성공확률이 100%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계속 하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비유할 때 쓰는 '인디언 기우제'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기상청이 성공한 인공강우 원리는 사실 간단하다. 수증기가 많은 구름에 '비의 씨앗'이 될 물질을 뿌려 '응결핵'을 만들고 이게 주변 수분을 빨아들이면 구름이 무거워져 비가 내리게 하는 것이다. 비의 씨앗 역할을 하는 물질은 염화칼슘, 요오드화은, 액화 질소 등이다. 이 씨앗을 비행기가 구름 위에서 떨어뜨리거나 사정거리가 긴 대포 등을 이용해 지상에서 구름 속으로 쏘는 것이다.
이번 실험에선 소형 비행기가 인천공항 북서쪽 5㎞ 지점 500m 상공에서 염화칼슘 미세입자를 뿌렸다. 기상청이 구름 경로를 추적해 경기도 평택과 안성에서 내린 비를 측정해보니 강수량이 1~2㎜였다.
인공 강우 선진국으로 중국이 꼽힌다. 황사를 비롯해 대기질이 워낙 좋지 않아 인위적으로 비를 뿌려 오염물질을 씻어내리는 방법에 골몰했다. 요즘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기후조작 수준까지 올라왔다.
재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인공강우뿐 아니라 '역(逆) 인공강우'도 선보였다. 역 인공강우 원리는 인공강우와 같지만 난이도는 더 높다. 응결핵이 주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해야 비가 된다. 그런데 응결핵이 너무 많으면 비가 안 온다. 예를 들어 응결핵 1개당 수분 알갱이가 10개 붙어야 비가 내린다고 가정하면, 응결핵이 많으면 각 응결핵에 수분이 적게 붙어 비가 안 내리는 것이다. 역 인공강우는 바로 '비의 씨앗'을 과다 투입하는 식이다.
1946년 구름 위에서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인공강우 실험에 성공한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구름이 없는 맑은 하늘에선 인공강우가 불가능하다'는 한계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에 전기를 가하면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이 원리를 역이용해 수분을 머금은 구름 없이도 비를 내리게 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엔 박테리아를 구름에 뿌려 눈이나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연구도 내놓았다.
섭씨 0도보다 높은 온도에서도 물을 얼게 하는 기능을 가진 박테리아가 대기 중에 널려 있고 이걸 활용하는 것이다. 박테리아로 생긴 단백질이 0도 이상에서도 수증기를 모아 최초 결빙을 유도하는 물질(빙핵)을 만들어낸다고 밝힌 연구결과는 재작년에도 있었다.
비나 눈이 생기는 데 박테리아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박테리아를 활용한 인공강우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런 연구에 동조하는 식물 병리학자들은 과도한 방목과 벌목을 경고하고 있다.
식물이 사라지면 비나 눈을 촉진하는 박테리아도 줄게 돼 가뭄의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섭씨 27.7도 이상이면 박테리아가 살 수 없고 이런 온도가 계속되면 박테리아가 죽어 비를 내릴 수 없다"고 말한다. 지구 온난화가 가뭄으로 이어져 사막화를 초래할뿐 아니라 인공강우조차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후학자들은 박테리아가 강우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인공강우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의 씨앗'으로 뿌리는 화학물질이 환경과 인체에 해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강우나 역 인공강우 때문에 구름이 이동하면서 인근지역에 뜻밖의 폭우가 계속되거나 가뭄이 심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