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논설위원

국내 최초 기상위성 ‘천리안(千里眼)’이 오는 24일 남미 기아나에서 발사된다. 오늘로 예정된 나로호 2차 발사만큼 주목을 받진 못하고 있지만 국민 생활에 미치게 될 영향은 실질적이다. 발사는 50번 이상 경험을 갖고 있는 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사가 담당하는데 실패는 초기 2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천리안은 기상관측뿐 아니라 통신중계, 해양관측의 다목적 기능을 갖고 있다.

독자적인 기상위성을 띄운 나라는 미국·유럽·일본·러시아·중국·인도가 있고 우리가 일곱 번째가 된다. 준비에 총 3500억원이 들었다. 천리안은 적도 3만5800㎞ 상공에 올라가 아시아 전역을 관측할 예정이다. 지구 자전과 똑같은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땅에서 보면 하늘의 같은 장소에 정지해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기상청은 일본 위성이 30분마다 한 번씩 보내주는 기상 자료에 의존해 예보를 해왔다. 미국 해양기상청의 저(低)궤도 위성으로부터도 하루 8번 기상자료를 받았다. 천리안이 가동되면 15분마다 한 번 기상자료를 수신하게 된다. 집중호우나 태풍 때에는 위성 카메라를 한반도에 고정시켜 8분 간격으로 자료를 받는다. 게릴라성 폭우는 비를 뿌리는 구름의 생성~소멸이 1~2시간 안에 끝난다. 30분에 한 번 받는 위성자료로는 예보가 힘들 수밖에 없다.

천리안의 역할은 무엇보다 서해의 공백(空白)을 메워준다는 점이다. 구름이나 기단은 편서풍 영향으로 서쪽에서 몰려오는 수가 많다. 서쪽 상태를 알아야 몇 시간 뒤의 정확한 예보가 가능하다. 한반도 서쪽엔 서해가 있다. 바다엔 기상관측소를 설치할 수가 없다. 운항 선박들이 기온·풍속·습도 등 기상자료들을 관측해 보고하지만 한계가 있다. 파고가 높으면 배가 다니지 못해 선박 관측자료도 확보할 수 없다. 천리안이 서해상의 구름 분포와 성질, 수증기 밀도, 대기 흐름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내주면 기상예보의 질(質)이 향상될 것이다.

기상청은 기상위성 말고도 올해 두 가지 숙원(宿願)을 더 풀 예정이다. 우선 550억원을 들인 수퍼컴퓨터 3호기를 들여와 11월부터 가동시킨다. 3호기는 기존 2호기보다 계산 속도가 37배 빠르다. 세계 2위 성능이다.

수퍼컴퓨터만 갖고 있어선 소용이 없다.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수퍼컴퓨터에서 가동되는 기상 소프트웨어를 수치예보모델이라고 한다. 지구 전체를 격자 모양의 작은 구역으로 분할시킨 뒤 각 구역의 기온·습도·바람 같은 기상요소의 상호작용을 어마어마하게 복잡한 방정식으로 표현해놓은 수식(數式)을 말한다. 우리는 1997년 일본에서 들여온 모델을 사용해왔다. 일본 모델은 정밀한 위성 관측자료를 확보해도 그걸 소화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2008년 영국에서 새 모델을 들여왔다. 이걸 2년간 시험운용해 보다가 지난달 14일부터 예보작업에 실제로 투입했다. 영국 모델은 전 세계 모델 가운데 두 번째로 좋은 성능이라고 한다. 그간의 시험운용에서 예보 오차를 16~18% 개선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기상예보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로 관측자료의 질이 32%, 수치예보모델 성능 40%, 예보관 역량이 28% 작용한다고 한다. 기상위성·수퍼컴퓨터·수치예보모델의 3가지 숙원이 이뤄지면 관측자료와 예보모델은 업그레이드된다. 남는 것은 예보관 자질(資質)이다.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 해달라는 걸 다 해줬는데도 예보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기상청이 국민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 기상청 예보관들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