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안함 조사팀'

천안함 조사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방한했던 러시아 전문가 그룹이 천안함이 수중에서의 외부 폭발로 침몰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민·군 합동조사단 관계자가 7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 대표단은 외부 폭발의 원인으로 어뢰를 제외한 모든 방식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확인하면서도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가 8일 보도했다. 이어 "러시아 대표단은 방한 전에 이미 이번 사건에 대해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어뢰 및 폭발 전문가 등 3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대표단은 5일 국방부 청사에서 합조단과 하루 종일 '끝장 토론'까지 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러시아 대표단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으로 캡토마인(CAPTOR Mine: 어뢰를 통 속에 넣은 기뢰)일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합조단이 이에 대해 "북한이 캡토마인을 사용했다면 그 기술을 가진 러시아가 주지 않았겠느냐"고 하자 러시아 측은 "1970년대 이후 북한에 어뢰를 제공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러시아 측은 천안함이 어뢰에 피격돼 파괴되는 과정을 합조단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데 대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합조단 측은 러시아를 이해시키기 위해 시뮬레이션 과정을 담은 대형 파일을 러시아 대표단에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미 해군 이지스급 구축함인 콜함 해상테러 폭발 조사 자료를 전달했다고 한다. 콜함은 2000년 10월 알카에다에 의한 해상 폭탄테러로 크게 파손됐다.

러시아 측은 다른 초계함의 전투정보실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합조단 측은 전투정보실을 공개하면 현행 작전상황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대신 함장실을 보여주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겠지만 천안함의 조사 결과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7일 오후 출국했다.